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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를꿈꾸는아이들>3.각목을 든 여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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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맥가이버 칼로 동료 여학생을 여기도찔렀다가 저기도 그어봤다가….언제부턴가 여학생 폭력이 남학생 뺨 칠 정도가 됐어요.』 일선경찰서 형사들조차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드는 여학생 폭력.『여학생이 하면 얼마나 하겠느냐』는 사회 통념을 깨고 이들의 행동양식은 점점 흉포화하고 있다.서로 머리채를 휘어잡거나 뺨을 때리는 정도의 몸싸움은 이들 사이에선이미 애교 수준.여학생 폭력조직간 폭행 현장엔 으레 뾰족 구두.각목.깨진병 조각등 각종 흉기가 필수품처럼 등장한다.
경기도구리시 A여상 1학년 朴모(17)양은 지난 9월13일 교내 불량서클회원들에게 끔찍스런 집단 린치를 당한 직후 가출했다. 평소에도 이들에게 『건방지다』며 「찍힌」탓에 상습 구타를당해오다 이날 『인사를 잘 안한다』는 이유로 학교 뒷산으로 끌려가 퇴학 여고생들까지 가세한 7~8명의 「선배언니」들에게 각목.구둣발로 전신을 짓밟혔다.
서울강동구송파동 O여고 일진회(一陣會)멤버들은 지난 8월 중순 평소 눈밖에 난 1학년 姜모(17)양을 학교 근처 노상주차장으로 끌고가 뭇매를 때린뒤 주차장사무실 유리창에 머리를 들이받게 해 피투성이를 만들었다.그후 姜양은 대인기피 등 극심한 피해의식에 시달려오다 최근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병원에 입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조명현(曺明鉉)사무국장은 『위협및 세력 확장을 위해 잔인성을 과시하는 것은 오히려 남학생 폭력조직 이상』이라고 우려했다.이들 폭력 여학생은 남학생들이 군림하는 「학원 폭력계」에서 나름대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담 배.본드.부탄가스등 환각물질 흡입,엄격한 선후배간 위계 질서,세력간 패싸움,집단폭행및 금품갈취등은 남학생 폭력조직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들 폭력 여학생이 불량남학생처럼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전문가들은 염색 머리나 눈에 띄게 교복을 변형하는 「튀는」여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폭력 여학생들은 평상시 일반 학생과의 구분이 힘들어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의 선 도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기찬.표재용.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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