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본격종교로 새 출발-儒道會 개혁특별위 宗憲 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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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우리의 일상사에 일정하게 영향을 끼쳐온 유교가 개신교.불교.천주교처럼 체계적 기구와 면모를 갖춘 종교단체로 새롭게 출발한다.
유교는 그동안 대외적으로 성균관장을 내세워 하나의 종교단체로서 범종교행사등에 참가해왔으나 종헌(宗憲)등 제도 미비와 체계적이지 못한 포교방법등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단순히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인식돼왔다.
재단법인 성균관유도회는 이같은 일반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종무.교육.포교등을 일원화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성균관에서 재단이사회를 열어 지난달 28일 유림회관에서 열린 성균관유도회 임시총회에서 유교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종헌을 확정 짓고 종교단체로 본격적인 활동체제에 들어갔다.
유교의 종헌 제정은 성균관 건립 600년만의 최초의 일로 마련된 종헌에 따르면 종명(宗名)은 성균관유교회,종사(宗師)는 공자,그리고 사서(논어.맹자.대학.중용)오경(시경.서경.역경.
예기.춘추)을 경전으로 삼아 그 가르침을 교리로 따르는 것으로돼 있다.
특히 해방 이후 성균관.유도회.(재)성균관이사회의 3두체제로운영돼온 종무를 통합 조정.지휘하는 종단의 수장(首長)으로 총전(總典)직을 신설,총전이 대외적으로 종단을 대표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성균관은 종무.종사를 담당하고 유교회는 신도회로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도덕성회복운동등의 교화사업을 담당하며 성균관이사회는 재산관리를 맡게 된다.또 종단 운영의 조직화.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성직자의 서열로 총전 밑에 전인(典仁).전의(典義).전례(典禮).전학(典學).사의(司儀).사예(司禮)등의 순으로 7품계를 뒀다.
이와함께 총전에 대한 3권분립의 취지로 원로원과 평의원을 두어 민주적 종단운영의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원로원은 교의(敎義)와 전례(典禮)해석,총전 및 종단 각 기관이 제기하는 현안심의를 맡아 최고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평의원은 각 기관에 대한 감사와 예결안 심의.의결,종단내분규와 해교 행위등에 대한 감찰역을 맡게 된다.
성균관장과 유림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근덕(崔根德)씨는 『유교의 종헌 제정의 뜻은 유교가 종교라는 것을 내외에 천명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전국 235개 향교가 교당역할을 하도록 하는 한편 현재의 유교교육원을 확대개편한 유교교학원 을 내년에 설립해 꾸준히 성직자를 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에 산재한 향교를 교회나 사찰처럼 신자 및 일반인들이 참례(參禮)하는 곳으로 만들고 개신교의 신학교처럼 조직적으로 교리를 연구하고 성직자를 양성하는 전문교육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편 새 종헌은 공자와 한국의 대유학자 18명을 비롯해 유교의 선성(先聖).선현(先賢)들에 대한 공경의식인 석전대전(釋奠大典)도 현대에 맞게 양력으로 지내도록 했다.이에따라 춘계석전대전은 공자 기일인 기원전 551년 음력4월11 일을 역산한 양력 5월10일에 지내고 추계 석전대전은 공자 탄생일인 음력 8월27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9월28일에 봉행된다.성균관대이기동교수(유학과)는 유교의 본격적인 종교활동 천명에 대해『유교는 조선조 개국이래로 우리의 의식 속 에 생활철학 이상의 의미로 존재해 왔기 때문에 생활종교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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