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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실버] 임금피크 → 재계약 … 환갑 넘어 근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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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농촌공사 평택지사 팽성지소 석근양수장에 근무 중인 허보씨가 수리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34년째 근무 중이다. [사진=곽태형 객원기자]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의 고용을 연장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노조는 단순한 정년 연장을 선호하지만 기업은 임금 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은 인건비 부담이 는다며 부담스러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자를 재고용하거나 고령자를 채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령자 고용 연장에 적극적인 기업, 은퇴자 활용에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을 찾아봤다.

한국농촌공사는 2006년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은 직급에 따라 55~58세까지 다양했던 것을 58세로 통일했다. 대신 모든 직급에서 과거의 정년 나이 1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했다. 임금피크제 해당 첫해는 80%를 받고, 그 뒤는 1년마다 10%씩 줄이기로 했다. 임금이 감소하는 대신 정부에서 보전수당을 받았다. 보전수당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에서 18개월 이상 근무하고 임금이 10% 이상 줄어든 54세 이상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삭감된 임금의 50%를 분기별로 15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한다. 예컨대 매달 390만원을 받던 직원은 20% 줄어든 310만원을 받게 되지만 보전수당 40만원을 보태 350만원이 된다.

배부 인력개발처장은 “이런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은 노사 관계가 안정됐기 때문”이라며 “한국농촌공사의 노사 관계 안정화 사례는 연구 논문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정년을 연장하게 돼 차등 정년에 따른 갈등 해소, 고령 직원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 부여 등 여러 가지 순기능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2006년부터 3년 동안 888명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았다. 직급별 정년 연장은 1·2급은 1년, 3~5급은 2년, 6급은 3년씩 연장됐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 한국농촌공사는 농어촌진흥공사·농지개량조합연합회·농지개량조합 등 3개 기관이 2000년 통합돼 출범한 기관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쳐 6916명의 직원이 농업용수 관리를 비롯, 지하수 조사와 개발, 간척사업, 경지 정리 및 농지은행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시설계약직 제도 시행=한국농촌공사의 저수지, 양·배수장, 방조제 등의 수리시설물은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관리 면적도 한 곳당 3000㏊에 이른다. 업무 성격상 많은 인력과 기술, 경험이 필요하다. 수리시설물 관리 역시 특성상 농업인과 직접 대면해야 하기 때문에 시설물의 기능과 지역 실정을 잘 알고, 농업인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하다. 이런 기준에 따라 정년을 넘긴 직원을 다시 고용하는 ‘시설계약직’ 제도가 생겼다.

시설계약직은 양·배수장, 저수지, 방조제, 시설관리 업무에 3년 이상 종사하고 퇴직한 직원을 3년씩 두 차례에 걸쳐 재고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89명이 이 제도에 따라 근무하고 있으며 고령 은퇴자는 51%에 이른다.

당진지사 서부지소 양수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시설계약직의 김현석(60)씨는 “아직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자니 후배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18년 동안 내 손으로 다뤄 온 기계와 이웃 농민들에게 정이 들어 봉사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계절직 수리시설관리원 제도=1년 중 농촌에서 농업용수가 필요하거나 장마나 집중호우 등 물 관리가 필요한 계절은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이다. 이 기간이 물 관리요원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농촌공사는 1년 중 특정 시점에만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계절직 수리시설관리원 제도를 운영한다. 해당 지역 고령 농업인을 주로 채용하는 이 제도는 1999년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7507명을 위촉했었다. 연령별 구성 비율은 별표와 같다.

이들은 현지 농업인이 대부분이지만 양수장 등에서 수리시설 관리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직원 출신도 많다. 평택지사 팽성지소 석근양수장에서 34년째 근무하고 있는 61세의 허보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정년퇴직 뒤 시설계약직을 거쳤다. 이젠 아들 셋이 모두 직장에 나가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데도 일이 좋아 일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허씨는 “이 양수기는 내 분신이다. 이곳 군부대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정착하게 돼 여기를 떠나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한 달 보수는 40만~50만원 선이며 단기 위촉이기 때문에 복리·후생면에서 부족하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글=한규남 객원기자(kyunam1936@naver.com), 사진=곽태형 객원기자(knalt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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