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 돌 9단 ●·후야오위 8단
이런 아수라의 변화를 못 본 것은 후야오위 8단의 죄다. 목을 쳐야 할 때 제대로 목을 쳤다면, 최소한 상변의 뇌관이라도 확실하게 정리했다면 애당초 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상대가 비록 ‘이세돌’이라고는 하나 절대 우세의 바둑을 갖고 겁 먹은 듯 더듬거린 것은 후야오위란 사람의 한계일지 모른다. 그러나 갈가리 찢어진 판을 수습해 지금과 같은 상상조차 못할 변화를 유도해 낼 수 있는 사람은 당대에 이세돌 한 사람뿐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참고도’ 흑1부터 움직여도 당장은 아무 수가 없다(A로 두면 선수로 두 점은 잡을 수 있다).
후야오위의 마음은 이제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다. 221엔 222, 223엔 224. 이세돌 9단은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 모든 맛을 제거한다. 승리를 선언하는 기색인데 과연 계가는 어찌 되었을까. 상황이 이렇게 변하고 보니 후야오위에겐 지나치게 쓴 ‘시간’도 후회막급이다. 그의 오버타임은 이미 1시간을 훌쩍 넘었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