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 놀자] 같지만 다른 브릭스 펀드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6개월 성과가 나오는 브릭스 펀드는 모두 8개로 최고 6.3%에서 최저 -6.6%, 1년 수익률의 경우 최고 46.9%, 최저 17.1%입니다. 6개월은 약 13%포인트, 1년은 약 30%포인트나 차이가 납니다.

성과 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벤치마크로 삼는 주가지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펀드가 벤치마크로 삼는 모건스탠리(MSCI) 브릭스지수의 국가별 비중은 브라질 32%, 러시아 22%, 중국 32%, 인도 14%입니다. 그러나 미래에셋맵스의 오션브릭스인덱스펀드가 추종하는 뉴욕은행의 브릭스지수는 브라질과 러시아 비중이 각각 48%, 5%로 모건스탠리지수와 크게 다릅니다. 물론 같은 주가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다 해도 국가별 실제 투자비중이 달라 수익률에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성과 차이의 둘째 요인은 자산의 표시통화와 환헤지 여부입니다. 브릭스 펀드들의 구조를 보면 개별 국가의 통화로 표시된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 반면, 브릭스 국가 통화가 아닌 달러로 발행된 증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습니다. 달러 표시 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주로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와 브릭스 증시와 미국 증시에 교차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에 투자하는 펀드를 가리킵니다.

문제는 원화와 브릭스 현지 통화 간에 환헤지를 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현지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는 환헤지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펀드 중 부분 환헤지를 하는 펀드는 미국에 상장된 브릭스 주식을 일부 보유한 경우입니다. 반면 펀드자산의 90% 수준의 환헤지 비중을 보이는 펀드는 모두 후자, 즉 재간접 펀드나 교차 상장 주식예탁증서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사실 투자한 펀드의 환헤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없는 재간접 펀드를 제외하고 환헤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필요한 환헤지는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률 저하와 펀드 투자자의 최종적인 수익률을 왜곡하는 역기능만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펀드는 단순한 것이 좋습니다. 현실적으로 환헤지가 힘들다면 환헤지를 안 하는 펀드, 안 해도 되는 펀드가 좋다는 말입니다. 참고로 최근 6개월, 1년간 원화 환산 모건스탠리 브릭스지수의 성과를 앞선 브릭스 펀드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www.funddoctor.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