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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대차 “GM, 비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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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부 알투피예보 거리의수입차 딜러숍.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사프로노프 세르게이(25)는 이곳에 전시된 현대자동차 투싼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베르나(현지명 액센트)를 몇 년간 몰아봤는데 성능 면에서 독일·일본 차에 손색이 없었다. 투싼을 선택할까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이 딜러숍에선 현대차를 월평균 300여 대 팔았다.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급성장하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해 시장 규모는 319만 대로 미국·중국·일본·독일에 이어 5번째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러시아에 진출한 것은 1990년. 엑셀 28대와 쏘나타 2대를 울산공장에서 만들어 보냈다. 90년대 후반 러시아의 금융위기로 수출이 크게 위축됐지만 2000년 이후 경제회복으로 다시금 전략시장으로 떠올랐다. 2004년 러시아 남서부 타간로그 지역에서 현지조립공장(CKD)을 가동해 2005년에는 이 나라 수입차 1위를 밟았다. 하지만 2006년 이후 2년간은 GM시보레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올해 러시아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20만 대로 잡고 1위 탈환에 힘쓰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6만5458대를 팔아 선두인 시보레를 293대 격차로 바짝 뒤쫓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딜러를 168개에서 180개로 늘리고 아반테(현지명 엘란트라)를 앞세울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현지 사정에 맞는 개량형 쏘나타와 제네시스·베라크루즈를 투입해 소형부터 대형까지 풀라인업을 갖추기로 했다.

러시아에서는 40여 가지 해외 브랜드가 각축을 벌인다. 전체 승용차의 수입차 판매 비중은 2003년에 16.2%였으나 지난해에는 62.4%까지 커졌다. 러시아 토종 업체인 아브토바즈(AvtoVAZ)만 선전한다. 하지만 신차 개발 능력이 떨어져 2000년 70%에 달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에 25.9%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4월까지 판매량을 보면 아브토바즈(22.9%)가 선두를 달리고 시보레·현대차·포드·도요타가 뒤를 잇는다.

모스크바=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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