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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비자금 파문에 해외사업 곳곳서 주름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비자금파동이 급기야 기업들의 해외활동에 깊은 주름살을 주기시작했다. 신용 하나로 추진하던 금융.건설등의 해외사업이 곳곳에서 보류되거나 취소될 처지에 놓였다.그런가하면 외국언론들은 이때다 싶어 「한국부패」보도에 열을 올리며 한국의 국가이미지와 기업이미지 추락을 거들고 있다.「혹시나」했던 국내경기까지 급락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어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제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모습이다.
비자금파문으로 총수가 소환되는등 곤욕을 치른 대우그룹은 체이스 맨해튼은행등 미국계 거래은행들로부터 여신동결을 검토중이란 통보를 받았다.
유럽계 은행들도 대우에 대해 회사차원의 지급보증보다는 은행의지급보증을 요구하는등 「특별관리」할 자세다.예컨대 대우는 못믿겠으니 은행이 보증을 안서면 돈을 못빌려주겠다는 얘기다.
한동안 인기있던 한국계 채권의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비자금사건이후 유럽에서의 한국채권발행비용은 0.2% 포인트나 올랐다.
그만큼 기업들이 해외에서 빌리는 돈값은 비싸진 셈이다.
국가나 웬만한 은행보다도 더 신용이 좋다는 해외평가를 받아온삼성전자의 주식예탁증서(DR)가격도 떨어졌다.비자금사건 이전에는 122달러였던 것이 한국의 비자금파동 이후엔 89달러까지 하락했다.물론 한국주식시장 하락과 외국인 직접투 자한도확대, 반도체 경기에대한 부정적 보고서(메릴린치)등이 겹친 탓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가격하락폭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다.
어렵사리 다 따낸 각종 수주도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싱가포르에서 석유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그러다가 비자금파문과 관련된 국내 모은행이 지급보증을 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주재원들이 보고해오고 있다.삼성물산은 싱가포르 국영선사인 놀사로부터 3억달 러에 선박을수주해놓았으나 선주측이 삼성물산측의 주거래은행을 바꿔달고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유원건설이 수주한 필리핀 댐공사도 해외에서 도마에 올랐다.
유원건설을 인수한 한보그룹이 비자금사건에 깊숙하게 연류된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미지 실추는 당장 돈으로 따질수 없을 정도다.
한국자동차 진출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독일등 유럽계언론들은 이번 비자금사건 이후 한국의 후진성과 부패성을 집중 보도,한국상품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기 바쁘다.가뜩이나 물건팔기힘든 유럽주재원들은 이로 인해 한국이미지가 땅 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크게 우려,국내보도 내용을 해명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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