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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해요.어려움에 처한 한 인간이 그림자를 팔아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내용이죠?』 『경제적으로어려운 한 젊은이가 어느날 파티에서 굉장한 부호를 보게 되죠.
그는 그를 매우 부러워했는데 그때 어떤 신사가 나타나 만일 당신이 나에게 그림자를 판다면 나는 당신에게 끝없이 차오르는 돈주머니를 주겠다고 해요.청년은 그림 자가 뭐 그리 대수냐고 흔쾌히 응낙하죠.그 신사는 그림자를 말아가고 청년은 돈주머니를 통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나 어느날 사람들로부터 그림자가 없다는 지적을 받게 되죠.청년은 고민끝에 온갖 곳에 불을 밝혀놓아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게 노력하죠.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청년이 그림자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리게 되죠.청년은 괴로워하다가 그 신사를 다시 찾게 돼요.그리고는 돈주머니를 돌려줄테니까 그림자를 돌려달라고 하죠.
신사는 「 그렇게 괴롭다면 그림자를 돌려주겠다.그러나 대신 죽은 다음에 영혼을 달라」고 요구하죠.그러면서 자기 노예가 된 부호의 영혼을 보여주죠.그 부호는 살았을 때의 부귀영화를 위해죽은 뒤에 영혼을 판 것을 후회하죠.청년은 크게 깨닫는 바 가있어 그 계약을 거부하고,악마는 물러가라고 호통을 치죠.신사는사라지고 청년은 다시 그림자가 없는 자신으로 돌아오지만 그는 당당하게 그 돈주머니를 낭떠러지 아래 강물로 던져버려요.그러자어느새 그림자가 회복돼 있는 거예요.이같이 악마는 인간과 영혼을 걸고 내기를 한다든지,한평생 그 인간의 노예가 될테니까 죽은 다음에는 그 영혼을 달라고 계약서를 쓴다든지 하는 방법으로인간의 영혼을 취했죠.그 방법은 그런대로 유효했소.인간들은 그청년같이 일상이나 자연의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악마에게 영혼을팔기 시작했으니까.그러나 완벽한 것은 아니었소.그 방법이야말로연극이고 고지식한 인간을 홀리는 것이니까…영혼은 계약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죠.오직 인간이 영혼을 가까이하기를 포기했을 때 일시적으로 빌릴 수 있을 뿐이죠.영혼은 육신이 다해야 하늘로 올라가므로 육신이 살아있는 한은 그 육신을 떠나지 않죠.그러나 그 육신이 영혼을 멀리할 때는 굳이 그 육신에 붙어있지는 않아요.본래의 육신이 시들 때까지 주위를 떠돌죠.
그것을 악마는 일시적으로 취할 뿐이죠.그래서 악마는 무수한 인간의 영혼을 사야 하는 거요.그러나 그 사람이 다시 그 영혼을 위할 때는 영혼은 언제나 그의 곁으로 달려오죠.그게 영혼의끈끈한 생명력이죠.』 『파우스트도 거기에 해당되는군요.』 『그래요.그가 만일 악마와의 계약을 고지식하게 기억하고 영혼의 갈구함을 잊었다면 그는 구원받지 못했을 거예요.그래서 사람들에게필요한 것은 융통성있는 삶의 태도죠.과거.현재.미래를 한가지 원칙으로만 적용해 해결하려는 고지식한 삶의 태도는 항상 악마의덫에 걸리게 돼요.』 글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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