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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억원 말아먹고 나니 나눔의 가치 생각하게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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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키운 아이들이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훌륭한 작품의 주인공을 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10월 ‘뮤지컬 기부’를 시작한 설도윤(49) 설앤컴퍼니 대표의 꿈은 자신이 후원한 학생들이 세계 유수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그는 불우 청소년에게 뮤지컬 등 공연예술을 접할 ‘기회’를 기부한다.

설 대표가 뮤지컬 기부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2003년 태풍 매미’였다. 2003년 부산 해운대에 설치된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팀 천막극장은 공연 개막을 1시간을 앞두고 태풍에 휩쓸려 산산 조각이 났다. 공연은 무산됐고 설 대표는 무려 78억원의 손해를 보았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죠. 그때 기분은 지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위기가 기회가 된 것일까. 설 대표는 작품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사회에 대한 기여를 생각하게 됐다. “공연이 무산되고 나서 삶에 회의를 느꼈어요. 방황도 많이 했고…. 그렇게 인생을 되돌아보다 나눔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는 “이후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예술사업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2003년 그는 1억원을 들여 불우 청소년 1000명에게 캣츠 관람을 시켜줬고, 2007년 2월부터 6개월간 100명의 초, 중, 고생을 모아 6개월간 연기, 연출, 음악을 가르쳤다. 수료한 아이들에게는 청평의 한 연수원에 있는 극장에서 공연할 기회도 마련해줬다. 약간은 ‘격려성’이지만 전문가의 심사평도 들려줬다.

하지만 설 대표가 불우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사업을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다. 국내 최초 농아극단인 ‘한국농아극단’을 만든 그는 4년간 장애 아동들에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해왔다.

설 대표의 뮤지컬 기부는 ‘다수의 불우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 체험’과 ‘불우한 예술 영재를 위한 기획 제공’의 두 차원으로 진행된다. 먼저 각 자치단체의 사회복지관에서 추천된 초, 중, 고 생 중 100여명을 뽑아 매주 3시간 동안 춤이나 노래, 연기를 가르친다. 공연예술을 접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경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교사를 자처한 공연전문가들이 각 사회복지관에 파견돼 학생들에게 공연예술을 가르친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 중 20명은 심화학습을 한다. 무료로 빌린 대학로 JUMP 연습실에서 학생들은 6개월 간의 트레이닝을 거친다. 최종 선발된 10명은 충무아트홀에 위탁 교육해 10개월 더 교육을 받는다. 총 1년 3개월의 프로그램으로 비용 전액은 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전액 부담한다.

설 대표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이름만 대면 알만할 뮤지컬 전문가들이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39), 가수 유열(47) 등이 물심양면으로 설 대표를 돕고 있다. 설씨는 “최정원씨와 남경주씨의 경우 분기별로 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정도로 열성적”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설 대표가 배출한 학생은 총 200명. 이 중 20명은 현재 2단계 심화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현재의 뮤지컬 기부를 연 4회로 확대할 방침이다. “저는 정통 안무가나 배우 출신이 아니라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컸어요. 이제 후배들에게는 기회의 불평등은 없게 할 생각입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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