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학] ‘교통 대사면’이 내 차 보험료 올린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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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법규 위반 운전자에 대한 일괄 사면이 내 자동차 보험료를 올린다? 언뜻 봐선 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선 매우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정부의 사면 조치가 발표된 3일 대다수 손해보험사의 주가가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사면이 손해보험사와 전체 보험 가입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과거의 사면 조치들은 예외 없이 교통사고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10년 동안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사면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3월(532만 명)과 2002년 7월(481만 명),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8월(420만 명) 등 세 차례 실시됐다. 3일 보험개발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면 후 1년간 교통 사고율은 사면 직전 1년간 교통사고율보다 10% 정도 높아졌다.

98년 사면 전 3.11%였던 사고율은 사면 이후 3.44%로 뛰었다. 월드컵 4강 진출을 기념해 이뤄진 2002년 사면 때는 4.66%에서 5.11%로, 2005년엔 5.33%에서 5.82%로 증가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운전은 습관이다”라며 “벌점이 누적돼 조심해서 운전하던 사람들이 벌점이 없어지면 다시 예전 습관대로 운전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가 취소됐던 운전자들이 벌칙 기간을 채우지 않고 다시 운전대를 잡으면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교통 사고가 늘어나면 손보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늘어난다. 이는 손보사의 경영 수지 악화로 이어진다. 손보사들은 자동차 보험의 수지 타산을 ‘손해율’이라는 지표로 판단한다. 손해율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 중 얼마를 보험금으로 지급했느냐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업계에선 손해율이 70~72% 밑으로 떨어져야 이익이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으면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부분이 70만~72만원 이하가 돼야 이익이 나고, 그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하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려 수지를 맞춰야 한다. 지난해 초 자동차 보험료가 크게 오른 것도 2005년 76.6%였던 손해율이 2006년 78.7%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면(283만 명)은 과거보다 규모가 작아 교통 사고율 상승폭이 전보다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사면→교통사고 증가→손해율 상승→보험료 인상의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보험료가 인상되면 고유가와 물가 폭등으로 신음하는 가계에 추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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