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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5.18' 말바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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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잘못된 역사 바로잡기」(金泳三대통령)에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진일보」(金大中국민회의총재)라는 5.18특별법 제정조치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말변화가 변화무쌍하다.
金대통령은 93년5월13일 대국민담화에서 『훗날 역사에 맡기자』고 말했다가 24일 『진실과 법이 살아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라며 특별법제정을 천명했다.대선을 앞둔 87년10월에 『집권하면 보복없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고 94 년2월22일광주방문에서 『명예회복과 용서.화합이 큰 바탕이 돼야 한다』고했다가 『쿠데타를 일으켜 국민에게 고통과 슬픔을 안겨준 당사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용서」가 「처벌」로 180도 선회하는 순 간이었다.
김대중총재 역시 「화해」가 「증오」로 돌변했다.그는 88년11월18일 광주청문회때 증인으로 출석,『죄는 미워하나 사람에게는 연민을 느끼는 심정으로 정치보복은 원치않는다』고 했으며 94년11월19일에도 『사람에 대해서는 정치보복을 하지 않는다는원칙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론의 화살을 받자 25,26일 『그동안 관대한 생각을 가졌지만 관련자들의 반성이 없다.국민적.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관련자 전원 빠짐없이 재판에 회부돼 엄중처단돼야 한다』고 표변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진상규명을 통해 증오를 화해로이끌자』(88년7월1일)『책임자들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89년4월3일)고 했지만 특별법제정 소식을 듣고는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가해자인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의 발언추이는 더욱가관이다.全씨는 『사랑과 관용으로 화합』(88년2월21일 대통령이임기자회견)『책임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89년1월27일 백담사에서 국회에 보낸 서한)고 했으나 법제 정 방침에 『정치보복의 악순환,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의이름을 빌려 큰소리를 쳤다.
盧씨는 가장 구설수에 올랐다.대통령당선 직후 88년4월15일광주방문에서 『이 아픔의 치유는 이 시대에 사는 이 사람의 책임』이라고 했다가 결국 구속됐고 지난달 5일 경북고 동창모임에서는 『광주사태는 수천만명이 희생된 중국 문화혁 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가 설화(舌禍)를 입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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