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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위원장 "중진 넷 공천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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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당이 30일 '개혁공천'을 놓고 또다시 극심한 분란에 휩싸였다.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이날 공직후보자 재심특위를 소집해 이른바 '개혁공천'차원에서 박상천(고흥-보성) 전 대표와 유용태(서울 동작을) 원내대표, 김옥두(장흥-영암).최재승(익산갑)의원 등 호남 및 수도권 중진 4명의 공천을 취소키로 전격 결정했다.

이에 조순형 대표는 "공천취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趙대표는 이어 이날 밤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뒤 이들 4명에게 공천장을 직접 재발급해줬다. 또 이승희 대변인을 통해 "앞으로 선관위 등록을 포함해 모든 법률행위는 당 대표에게 귀속되고 당 대표의 권한으로 집행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17대 총선 후보등록을 하루 앞두고 趙대표와 秋위원장이 정면충돌함에 따라 지난 28일 秋의원의 선대위원장 수락으로 봉합되는가 싶었던 민주당 내분사태가 다시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게 됐다.

秋위원장의 결심은 지난 29일 밤부터 행동에 옮겨졌다. 재심특위를 비밀리에 소집해 공천 취소자 명단을 추려갔다. 당초 수도권과 호남 지역 중진 13명이 1차 '물갈이 후보'에 올랐고, 30일 오전 4명으로 최종 압축했다. 秋위원장은 곧장 趙대표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하지만 趙대표는 이날 오후 임진각에서 열린 17대 총선 선대위 출범식에 불참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朴전대표 등과 긴급 회동한 뒤 오후 5시50분 당 기자실에 자필 서명이 담긴 반박문을 배포했다. "총선을 눈앞에 두고 이 같은 공천취소는 당의 단합에 엄청난 해악을 끼칠 게 분명하다"고 수용불가를 밝혔다.

곧장 秋위원장 측이 반격에 나섰다. 오후 6시10분 장전형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을 통해 '공천심사 결과'라는 A4용지 한쪽짜리 발표문을 내놨다. 朴전대표 등 4명의 공천취소가 적혀 있었다. 선대위는 장흥-영암엔 박준영 선대본부장을, 익산갑엔 이한수 전북도지부 대변인을 각각 공천키로 했고, 동작을과 보성-고흥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이에 趙대표는 옛 정통모임 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남은 관건은 후보등록이다. 공천장은 당 대표의 직인이 찍혀야 선관위에 접수할 수 있다. 秋위원장 측은 대표 직인까지 확보해둔 상태다. 이에 趙대표 측은 대표 직인 도난신고를 하고 31일 선관위에 당 대표 직인 변경신고를 내기로 했다. 내친 김에 비례대표 명단도 자체적으로 확정키로 했다. 秋위원장과 趙대표가 한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는 동안 민주당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박신홍.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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