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산 10조’까지 방송 진출 허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통신 시장의 경우 사업자 간 경쟁이 더 활성화되도록 로드맵을 짤 방침이다. 방통위는 이 같은 내용을 이달 중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방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지난달 작성한 ‘세계 일류 방송통신 실천 계획’(이하 ‘실천 계획’) 보고서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주요 업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방송 소유 제한이 큰 폭으로 풀릴 게 분명해 보인다.

우선 대기업들은 자산 총액이 10조원을 넘지 않으면 SBS 같은 지상파 방송사나 보도채널(PP)의 지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자산 3조원 미만이어야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이 3조~10조원에 해당하는 신세계·LS·현대·CJ·현대건설·코오롱·효성·이랜드 등 32개 기업의 경우 앞으로 방송사업에 제한 없이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전국 케이블 사업 권역(77곳)의 5분의 1, 매출액의 33%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게 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겸영 규제도 ‘가입자 기준 3분의 1 초과 금지’로 크게 완화된다. 위성방송에 대한 외국 자본의 지분 제한도 현행 33%에서 49%로 풀린다. 이에 따라 케이블 등 뉴미디어 시장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해져 거대 사업자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이 가질 수 있는 위성방송·종합유선방송의 지분도 33%에서 49%로 완화된다. 그러나 방통위는 민감한 현안인 신문과 방송의 겸영에 대해선 이번 업무보고 때 언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매체 환경 분석을 토대로 올해 안에 방송 겸영의 전반적 범위와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역할과 위상 재정립도 주요 연구 과제로 다뤄진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독점하는 방송광고 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통신 쪽도 규제의 빗장이 열린다. 이르면 올해부터 통신 사업자들이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요금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 산업적 가치를 높이고 신규 사업자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주파수 경매제’도 내년까지 도입한다. 특히 방통위는 검색 순위 조작 방지를 위한 규정을 만드는 등 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쪽으로 법을 개정키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실천 계획’ 보고서는 방통위의 공식 입장으로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2일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은 그간 방통위가 직·간접적으로 밝혀 온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