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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도 놀란 ‘물가 상승률 4.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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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가와 환율의 이중고에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5% 가까이 뛰어올랐다.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했던 고공 행진이다. 실질 소득이 줄면서 가뜩이나 쓸 돈이 없는데 물가가 연일 다락같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각종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서민 가계의 고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9% 상승했다고 2일 밝혔다. 2001년 6월(5.0%)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4.9%는 통계청과 함께 물가 통계를 작성하는 한국은행도 미처 예상치 못한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인플레 기대심리까지 가세한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품목을 추린 생활물가지수는 이미 5.9%까지 치솟았다. 또 소위 ‘MB물가’로 불리는 정부의 집중 관리 대상 52개 생필품의 물가 중에선 돼지고기가 전달보다 11.4%, 등유가 13.5% 오르는 등 28개 품목이 오르고 배추(-14.5%), 파(-13.3%) 등 12개가 내렸다. 우유·자장면 등 12개 품목은 변화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농산물 출하가 늘면서 물가가 안정되는 시기인 5월에 물가가 치솟은 것은 이례적이다. 전달에 비하면 0.8% 올랐는데 이는 1990년 5월(1.1%) 이후 18년 만의 최고치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물가 상승의 약 60%가 석유제품 상승 때문”이라며 “물가 수준을 감안한 실질 유가는 2차 오일 쇼크 당시의 유가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물가 오름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는 데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택시·버스 요금도 인상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과거에도 공공요금 인상은 각종 개인서비스와 공업제품 가격의 연쇄 인상을 불러 왔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빡빡해지고 있다. 이날 한은은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분기에 비해 1.2% 줄었다고 발표했다. 2003년 1분기(-1.6%) 이래 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경제의 덩치는 커졌지만 국민의 구매력, 즉 호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의미다. 유가와 환율이 급등한 탓에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수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올라 전체적인 교역 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들은 투자와 소비를 줄이고 있다. 민간소비는 전분기에 비해 0.4% 증가하는 데 그쳤고 설비 투자는 0.4% 감소했다. 물가 상승→소득 감소→투자·내수 위축→경기 침체의 연쇄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최소 2분기 이상 동시 지속돼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물가 부담에 금리를 내려 경기를 진작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높은 물가가 소비 둔화, 내수 침체로 이어져 하반기 성장률도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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