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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씨 징역 7년 重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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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송두율씨의 부인 정정희씨가 판결이 나온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李大敬 부장판사)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宋斗律)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宋씨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자신의 저서를 통해 지도적 임무수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북 분단의 희생물로 평가될 측면이 있는 점 등 우리 사회가 宋씨를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법원의 포용과 관용은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이 전제돼야 가능한 것"이라면서 "宋씨는 자신을 '경계인'으로 포장하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아 중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宋씨가 남북 통일학술대회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방문하고 북측 인사를 접촉한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측은 모두 항소할 뜻을 밝혔다. 宋씨의 변호인단은 "법원이 宋씨의 노동당 후보위원직을 단순 명예직으로 인정하면서도 중형을 선고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宋씨가 노동당 후보위원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에 비해 선고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했다.

법원 "경계인으로 포장 北 환상 촉발"
宋씨측 "보안법 바탕으로 위헌적 판결"

송두율씨 재판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그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지 여부였다.

북한 내 최고위직에 속하는 후보위원 선임은 국가보안법상 '간부 또는 기타 지도적 임무 종사 혐의'가 적용돼 최고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한 중죄다. 재판부는 이날 宋씨가 노동당 후보위원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송두율=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내용이 담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진술과 독일 주재 북한이익대표부 서기관 김경필씨가 작성했다는 '대북 보고문'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재적 접근법'에 기초한 宋씨의 저술활동에 대해 법원은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친북활동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서 자생적이지만 감상적 수준에 머물던 이른바 '주사파' 등의 친북 세력에 내재적 접근법을 통한 이론을 제공해 큰 영향을 끼쳤다"며 "북한과의 관계를 모르는 입장에서 피고인의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어 맹목적 친북 세력을 양산해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宋씨 저술에서 '북한 주민들이 불평이 없다'는 표현이 있고, 북한 사회의 권력 부자세습 등을 비판하지 않는 등 철학자.사회학자의 객관적 연구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계인' 논란과 관련, 재판부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선임되고 북한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금품을 받아왔음에도 자신을 '경계인'으로 포장하면서 많은 사람이 북한 정권에 대해 잘못된 환상을 가지게 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宋씨 변호인 측은 "해외에서 활동하며 귀국하지 못한 '경계인'으로서의 宋씨의 인생 역정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비극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논리를 폈다. 결국 재판부는 객관적 입장에서 학문 활동을 통해 기여하겠다는 宋씨의 다짐이 없이는 법원의 관용과 포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宋교수 석방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선고공판 후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은 냉전의 산물인 국가보안법을 바탕으로 한 판결이며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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