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 구라모토“로맨스는 내 음악의 원동력”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발매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이 2년 늦게 국내에서 발매됐다. 한국팬에 전하고 싶은 말은.
“20년 이상 내 음악을 사랑해 주신 한국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국에서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 중학생 때부터 내 음악을 들으며 자라나 지금 직장인이 됐다는 사연을 자주 접한다. ”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느끼는 공통적인 정서 때문이 아닐까. 좋은 음악을 만들자, 그리고 훌륭한 연주를 하자는 두 가지 생각만으로 음악을 해왔다. 내 연주를 들으며 눈물 흘리는 관객을 볼 때 나도 감동받는다.”
-당신의 음악에 담긴 정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친절하고 듣기 편한 음악,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는 피아노의 울림이다. 그리고 늘 자연의 소리를 추구한다. 가공되지 않은 악기 본연의 소리가 힘이 있다고 믿는다.”
-신승훈·유열·조수미 등 한국의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한 바 있다.
“그들은 음악적으로 훌륭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 인간적으로도 따뜻한 사람들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난해 신승훈의 일본 크리스마스 콘서트 때 무대에 올랐는데, 참 좋은 추억이었다. 지금도 한국 측으로부터 많은 제의가 들어온다.”
-로맨스는 당신의 음악을 이해하는 중요한 축이다. 한국에 첫 발매된 앨범이 ‘로맨스’였고, 20주년 앨범의 첫 곡도 ‘로맨스 포 피아노’다.
“로맨스에 대한 동경이 내 음악의 원동력이다. 로맨스라는 것이 반드시 사람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자연에 대한 로맨스일 수도 있고, 악기에 대한 로맨스일 수도 있다. ‘로맨스 포 피아노’의 경우 피아노에 대한 나의 동경을 표현한 곡이다. 현대인은 점점 로맨스를 잃어가는 것 같다. 새로운 로맨스를 기다리거나, 찾아가는 것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0주년 앨범의 타이틀이 ‘피아노 노스탤지’인데, 당신의 노스탤지어(향수)는 무엇인가.
“노스탤지어는 인생 그 자체다.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순간이 축적돼 향수가 되는 것이다. 그 향수가 인생과 내 음악을 아름답게 만든다.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인생의 의미 있는 장면을 떠올린다면 좋겠다.”
-사진광으로 알고 있다.
“여행 사진을 찍는 게 취미다. 직접 찍은 사진들 중 엄선해 앨범 재킷사진으로 쓰기도 한다. 이번 앨범 재킷사진도 내가 찍은 것이다. 여행은 음악을 만드는 에너지가 된다.”
시크릿 가든“여름밤 달빛 보며 영감 얻어”
5일부터 울산·서울 등서 공연
- 10주년 기념 앨범이 궁금하다.
“앨범 타이틀은 ‘인사이드 아임 싱잉(Inside I’m Singing)’이다. 기존의 연주음악을 보컬송으로 새롭게 편곡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훌륭한 가수들이 참여했다. 두 곡의 새 연주곡도 포함돼 있다.”
-빼어난 멜로디를 어떻게 만드나.
“우리는 멜로디의 힘을 믿는다. 멜로디는 단순하지만 듣는 이와 소통할 수 있는 음악적 수단이다. 우리 음악 자체가 멜로디 컨셉트의 음악이다.”
-피오뉼라 쉐리의 바이올린은 깊고 서정적이다.
“그는 무대에서 대단한 집중력과 은은한 연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그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내기 위해 1790년에 만들어진 명품 바이올린을 사용한다.”
-시크릿 가든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사운드는 물 소리 등 자연의 소리다.
“자연의 소리에서 영감을 얻는다. 가을밤의 빗소리를 듣거나, 여름밤 달빛을 보며, 우리가 사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게 된다. ‘어스송스(Earthsongs)’는 자연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앨범이다.”
-자연 외에 또 어디서 영감을 얻나.
“꿈이다. 꿈은 우리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가장 귀중한 시간이다. 꿈은 우리 생각에 날개를 달아준다.”
-당신이 작곡한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은 웨스트 라이프·일 디보 등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명곡이 됐다.
“처음 이 곡을 만들 때 중간에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일랜드 작가 브랜던 레이엄에게 곡을 들려준 뒤 가사를 붙이게 해서 만들었다.”
-이 노래는 감동의 순간에 울려 퍼지는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아일랜드 멜로디와 가사가 잘 어우러졌다. 그리고 여러 가수가 진심을 담아 노래했기 때문에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조시 그로반은 이 노래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0주년 기념음반에서는 이 곡을 처음 작업한 브라이언 케네디가 부른다.”
-최근 보컬 뮤지션과의 작업이 두드러진 것 같다.
“보컬 음악이 연주음악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유 레이즈 미 업’도 원래는 연주음악으로 만들었지만, 사운드와 곡의 특성을 고려해 보컬음악으로 만드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다. 바이올린도 말이 없는 또 하나의 보컬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