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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BM 이휘성 대표의 ‘성공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0일 서울 세종고등학교 강당에서 강남구청이 주최한 명사특강이 열렸다. 강연자로 나선 이는 이휘성 한국IBM 대표. 거대 글로벌 기업의 수장이자 국내 명문대에 두 자녀를 보낸 아버지이기도 한 그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대표의 학창시절 및 꿈 얘기에 귀 기울여 보았다.


세상은 빠르고 기회는 많다
  “앞으로 30년 동안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이휘성 대표는 불쑥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변화 속도가 빠른 사회에서는 성공할 기회 역시 폭넓게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에 PC가 도입된 지 불과 23년 만에 우리 삶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처럼 앞으로도 사회가 변하는 것을 주시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살피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꼭 학교 수업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학 시절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부모님 등쌀에 공인회계사 시험을 치렀다가 낙방한 경험을 떠올렸다. 그때 공부 잘한 친구들은 모두 시험에 합격해 지금까지 회계사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현재가 만족스럽다.
  
반에서 38등 했지만 기업 대표 문제없어
  이 대표는 “고등학교 때 한 반 60명 중 38등을 했지만, 지금 3000여명의 리더로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자나 연구원 같이 공부 실력이 사회에서도 유효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공부가 성공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또 모범생과 문제학생의 기준이 앞으로는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에서도 공부 잘하는 사람 뿐 아니라 대인 관계가 훌륭한 사람, 팀워크가 좋은 사람, 창의적인 사람 등 다양한 인재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부는 잘하는데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할지는 모르는 사람이 되어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사회생활은 달리기 아닌 산 오르기
  이 대표는 “인생 선배로서, 사회생활은 달리기보다 산을 오르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일깨워주고 싶다”고 말한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잘할 수는 없다’는 소신을 지닌 그는 “먼저 어떤 산을 갈 것인지 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목표를 분명히 하라고 했다. “사회가 살벌하다고들 하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면서 “하지만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분명치 않으면 도와줄 수가 없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또 “집 앞 청계산이라고 해서 대충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어느 코스로 가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심 분야를 찾아 목표를 정하고 그와 관련된 많은 활동을 해보라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세상의 다양한 영역을 탐색해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모두 같은 산만 오르려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경쟁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을 한 방향으로만 내모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청소년들이 고교 시절 어떤 인생 목표를 세울지, 지금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한신뢰 원칙 꼭 지켜
  그는 자녀들에게도 목표를 정하고 많은 경험을 쌓도록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은 ‘무한신뢰’를 원칙으로 무조건 믿고 따라주었다. 딸이 고등학생 때 해비타트 봉사를 하겠다고 했을 땐 일주일 여의 휴가를 반납하고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그 역시 자신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IBM에 입사할 당시 ‘10년만 일을 배우고 그만두려고’ 했지만 배울수록 오를 ‘산’이 계속 생겼다. 지금은 본사 차원의 글로벌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잘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산’이다. “성공하지 못하는 유일한 경우는 꿈을 꾸지 않을 때”라는 이 대표에게 ‘마지막 산행’은 없을 듯하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사진제공= 강남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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