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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장 일대를 걷다 - ① 근대 건축물 탐방거리

중앙일보

입력

인천 도보여행? 100년 전 시간여행!

항구는 언제나 떠들썩하다. 그곳은 치열한 생활의 현장인 동시에 당대의 문화와 문물이 항구를 통해서 들고 나는 곳이다. 시대가 변했고 사회가 달라진 지금 그 떠들썩함은 옛날과 다르게 형질변환했지만, 여전히 항구는 마땅히 떠들썩한 곳이다.
인천항도 마찬가지다. 서울로 통하는 관문이자 서해안 대의 상항(商港)인 인천항은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지였다. 인천항은 청나라와 일본이 세력 싸움을 벌이던 곳이었으며, 서구의 근대 문물이 첫 발을 내딛는 자리이기도 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개항기의 유적과 흔적들이 그 시기를 희미하게나마 증언한다. 그 흔적들 사이를 걷는 것은 애잔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인천 중구청은 개항기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인천 중구 일대를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볼 수 있는 ‘도보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문화관광과 032-760-7550) 경인전철 인천역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한국 속 작은 중국을 경험할 수 있는 ‘차이나타운’,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공원인 ‘자유공원’, 재래시장과 패션의 거리인 ‘신포문화의 거리’, 백여 년 전의 건축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 탐방 거리’등 크게 4가지 테마로 나눠진다. 거리에 서서히 스며들어 역사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각 테마 거리마다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워크홀릭 기자가 먼저 각 거리를 둘러봤다.

■ 개항기 일본 마을이었던 ‘근대 건축물 탐방 거리’

출발지는 경인전철의 종착역인 인천역. 인천역 바로 앞 차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인천 차이나타운의 제1패루가 나온다. 그렇다고 바로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서지 말고 오른쪽으로 보도를 따라 좀 더 걷다보면 제3패루가 보인다. 근대 건축물 탐방거리는 제3패루에서 이어지는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에서 출발한다.
‘조계’란 외국인들이 살 수 있는 거주지를 설정해 그곳의 행정권을 외국인에게 위임하는 영역을 말한다. 인천개항과 함께 외국인의 집단거주지였던 이곳은 조계지 경계계단을 중심으로 좌측은 청국조계, 우측은 일본조계로 나뉘었다. 계단마다 양쪽으로 석탑들이 배열돼 있는데, 청․일 각국의 양식대로 만들어져 양쪽 석탑 모양이 다르다. 지금의 근대 건축물 탐방거리는 옛 일본 조계지였던 곳으로 거리 곳곳에는 일본식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1.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


2. 옛 일본 조계지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일본식 건축물.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현재 인천시 중구청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구)인천부청사 건물로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에서 200~300m만 들어가면 바로 나온다. 등록문화재 제 249호이기도 한 (구)인천부청사 건물은 중앙현관을 중심으로 좌우의 건물이 ‘ㄷ’자 형태로 돌출돼 있다. 전체적으로 수평수직의 단순기하학 장식을 보이는 이 건물은 1930년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외관을 구성하고 있는 스크래치 타일은 현재는 잘 찾아 볼 수 없는 건축양식으로, 당시를 특징지어 주는 귀중한 자료다.
중구청 정문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 거리는 마치 이국땅에 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백여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옛 건물 사이사이로 개항장 분위기에 맞춰 조성된 일본식 건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3. (구)인천부청사는 1930년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4. 인천 중구청을 중심으로 양쪽 거리는 ‘역사문화의 거리’로 조성됐다.

걸음을 옮겨 인천 중구청 정문에서 한 블록 내려오면 양쪽으로 고풍스런 외벽과 이국적인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세 건물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인천시 유형문화재로도 등록된 이 건물들은 다름 아닌 옛 일본제1은행과 일본18은행, 일본58은행의 인천지점들이다.
반원형의 출입문 위에 작은 돔을 올린 옛 일본제1은행은 1883년 11월 일본의 제일국립은행 부산지점 인천출장소로 출발, 1909년 한국은행인천지점으로 바뀌었다. 후기 르네상스 양식을 따른 이 건물은 현재 인천한국 근대 최초사 박물관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5. 옛 일본제1은행

2006년 ‘인천개항장 근대건축 전시관’으로 새롭게 태어난 옛 일본18은행에서는 영상과 실사, 모형 등을 통해 개항기 인천의 근대 건축물들을 엿볼 수 있다. 건물 옆 야외에는 근대건축물 탐방을 위한 로드맵이 설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개항기 모습인 듯 보이는 흑백 사진의 포토존이 걸려 있다. 과거 이곳에는 18은행 인천지점 부속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6. 옛 일본18은행. 인천개항장 근대건축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7. 포토존에 걸려 있는 옛 인천 개항장 모습

1892년 개점한 옛 일본58은행은 일본 오사카에 본점을 둔 58은행의 인천지점으로 2층 발코니와 지붕창이 특이한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다. 현재는 중구요식업조합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곧 역사사료관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 자리를 지켜온 백 여 년의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 넝쿨이 외벽을 타고 올라 건물 전체를 덮고 있다.

8. 옛 일본58은행

세 개의 옛 은행건물을 지나 골목을 빠져나오면 큰 차도가 나온다. 그 길에서 왼쪽으로 500m쯤 쭉 올라가면 인천내동교회 안내판이 보인다. 인천 최초의 성공회 성당인 인천내동교회는 화강암으로 쌓아올린 중후한 중세풍의 석조 건축물에 한국식 기와로 지붕을 올린 것이 이색적이다. 1890년 한국 최초로 설립했던 성미가엘 교회가 바로 대한성공회 인천내동교회로 1955년 정초식을 올려 1956년 준공한 건물이다.

9. 인천 최초의 성공회 성당인 인천내동교회

인천내동교회를 나와 마지막으로 이른 곳은 화강석과 벽돌을 혼용한 아치 형태의 홍예문. 무지개처럼 생긴 문이라는 뜻의 홍예문은 일본공병대가 인천 시내 남북간 교통 불편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것이다. 높은 벽을 따라 늘어진 넝쿨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일까. 영화 촬영장으로도 심심찮게 쓰인단다. 근대 건축물로의 시간여행의 끝은 홍예문 뒤로 보이는 동인천역을 이용하면 가깝다.

10. 홍예문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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