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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교육개혁과 각계의 역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바다 저편에서 밀려오기 시작한 변화의 물결은 이제 한국의 모든 구석구석으로 넘쳐들고 있다.정부는 정부대로,기업은 기업대로새로이 열리는 시대에 대비하기에 분주하다.세계화니,지방화니,리엔지니어링이니 하는 용어들도 따지고보면 세계적인 변화의 물결을슬기롭게 타고 넘으면서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대변하는 말들에 다름 아니다.문제는 우리가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타고 넘을 하부구조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정치개입과 구조적 부실채권에 시달리는 우리의 은행들이 외국은행과의 무한경쟁에 나설수 있는지,아직도 뇌물수수에 익숙한 우리의 기업들이 냉철한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선진국 기업들과 명승부를 펼칠 수 있는지,질문이 줄을 잇는다.나라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교육부문에 있어서의선진화는 더욱 요 원해 보인다.
지난 8월의 선거를 통해 교육위원회가 출범한 지 석달이 지나고 있다.교육위원들이 나름대로 열의를 갖고 교육개혁을 논의하곤하지만,아직도 우리의 주변에는 개혁이라는 말 자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현실들이 많다.일부 대학의 경우 학술업적 이나 연구능력보다는 모교출신 중심의 연줄과 학연으로,그리고 기득권을 가진 교수들에게 맹종을 서약해야만 교수채용이 가능한 상황을 보면서도,개혁을 외치는 지도자들은 이 망국적 현상에 대해 오늘도 침묵하고 있다.아직도 일부 교사들 사이에 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촌지문화」는 동심을 울리면서 우리의 교육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교육의 도시집중및 서울집중 현상이 도서지방및 농촌지방의 황폐화를 재촉하고 있지만,「서울 기득권」에 물든 중앙정책결정자들의관심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국민학교도,중학교도,대학교도 모두 서울에서 다녀야 인간대접을 받는 사회구조가 좁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로 인해 북한군 야포의 사정거리에 있는 수도서울에 국력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있지만,이러한 위태로운 상황들에 대해 우리 지도자들은 무감각할 뿐이다.그러나 이런 구시대적 관습 말고도 우리를 좌절케 하는 것들은 많다.
교육위원들에 대한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와 이것이 초래하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들은 우리를 더욱 깊은 좌절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선거에서 드러난 일부 교육위원들의 부정사례는 뼈아픈 반성을 요구하는 일임에 틀림없다.그러나 그렇다고 교육개혁을 위해 고심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좌절케 하는 과장보도는 더 큰 문제점을가져올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비리발생을 우려하는 교육위원회 스스로가 반대입장을표명한 바 있는 「교황식 교육감」선출을 마치 교육위원들이 집착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 11월14일자 중앙일보 사설은 교육위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킬 소지가 있다.서울시교육 위가 용산국제고 설립을 부결시킨 것에 대해서도 그 사설은 「외국어 전문가 양성을 등한시하는 운동권 대학생 발상」이라는 말로 매도했지만,사실은 기존의 외국어고교들이 입시위주의 학교로 변질된 점을 감안해 본연의 취지를 살리도록 함께 검 토.보완해보자는 주문이었다.교육위원선거에서 노출된 일부의 부정사건들을 두고 교육위원 모두가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도 되는 듯 매도하는 것은 오히려 뜻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저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이제부터라도 해당자는 물론 언론도,국민도 다함께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당장의 당면한 단기과제들만도 만만치 않다.청소년 폭력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세미나도 개최해야 하고,교사의 사기를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개발.지원해야 한다.교육부정 일소및 교육정의 실천을 위한 방안들도 연구해야 한다.10월 행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사립학교 운영개선 문제.입시제도 개선문제 등에 대해서도 할 일이 태산처럼많다. (서울시교육위 부의장.사회정 책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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