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구속파장-여야 범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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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 사건은 여야간 대선자금의 범위에 대한 공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민자당은 이번 검찰수사에서 노태우씨가 모은 돈에서 정치권에 대선자금으로 얼마나 지원했느냐를 밝히면 된다는 것이다.
92년 대선때 든 전체의 돈을 수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당시의 관행을 무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부정한 盧씨의 돈 만을 문제삼자는 것이다.
반면 국민회의는 이보다 훨씬 포괄적이다.민자당이 쓴 대선자금전체를 밝히고 아울러 盧씨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지원한 돈도 밝히라는 것이다.
국민회의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두가지다.하나는 민자당이 선관위에 대선비용으로 신고한 284억원이 거짓이라는 부분이다.이것은 전체「대선자금」과 관계있다.김대중(金大中)총재는 비자금 사건이 터지기 전『金대통령이 1조원에 이르는 대선 자금을 썼다』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국민회의 진상조사위에서는 21일 검찰에 대선자금뿐 아니라 지방선거 지원비까지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한가지는 盧씨의 지원금이다.
金총재는 비자금 사건이 터진 뒤에는 盧씨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21일 부천에서도 金대통령이 盧씨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를 밝히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사실 기업체가 준 정치자금까지 모두 거론할 경우 정치권에서 연루되지 않을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금액의 차이는 있어도 여야가 마찬가지다.
따라서 金총재는 자신이 盧씨로 부터 20억원을 받은 사실을 실토한 이상 金대통령도 盧씨의 지원금을 밝혀야 한다는 쪽으로 공격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
민자당 역시 盧씨의 대선지원금 만을 밝히자면서 국민회의를 공격할때는 전체 대선자금은 물론 5공 청문회 당시까지 거슬러올라가 공세를 벌이고 있다.강삼재(姜三載)총장과 손학규(孫鶴圭)대변인은 21일에도 『金총재는 대선 때 본인이 얼마 를 모으고 썼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자당은 盧씨의 대선 지원금을 어떤 형태로건 밝히지 않을 수는 없다.선관위 보고와 차이가 나는 점은 선거운동 기준시점의 차이로 설명하려 하고 있다.
민자당은 선거법상 선거자금 범위는「선거 공고일 이후」에 쓴 돈이라며 범위를 축소했다.「또 선거기간중에도 정상적인 당 운영비는 선거자금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盧씨는 선거 공고일 이전 당 운영비로 준 것은 있어도 대선자금으로 준 것은 없다는것이 민자당의 주장이다.
특히 金대통령이 이미『한 푼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한 이상대선자금 전체와 盧씨 지원금은 완전히 구분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대선자금 전체는 밝힐 수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제3자를 통해 당에 지원된 돈은 묻어놓겠다는 생각인 것같다.
이렇게 여야상호간의 이해에 따라 복잡하게 얽히는 개념 규정이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국민회의측은 『접수에서 받은 돈도 신랑이 받은 부조돈』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어 정치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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