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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용 우전·작설차 10만~20만원대 인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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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30면

올해 딴 찻잎으로 만든 햇녹차 출하가 한창이다. 잎차의 수확은 곡우(4월 20일)를 전후해 5월 말 끝난다. 차는 수확기에 따라 곡우 전후 5일 동안 딴 차를 우전이라 하고, 그 다음에 따는 순서에 따라 세작·중작·대작으로 부른다. 먼저 딴 여린 차일수록 맛이 달콤하고 부드럽다. 우전 가운데 곡우 5일 전 딴 것을 작설차라고 하는데 찻잎이 참새의 혀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급 茶 시장 알아보니

보성과 하동이 양대 산지

우리나라 녹차의 주산지는 전남 보성과 경남 하동이다. 보성은 TV CF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차밭의 풍광이 알려지면서 국내 대표적인 녹차 산지라는 명성을 얻었다. 보성엔 기계를 이용해 재배하는 대형 차밭이 많다. 이 지역 대표적인 녹차 회사인 대한다원은 50만 평의 차밭을 일구고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이곳은 차밭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아모레퍼시픽(태평양)의 제주 ‘설록다원’과 한국제다의 전남 장성·영암·해남 다원도 대규모 산지로 꼽힌다.

하동은 야생차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 임금께 진상하던 차를 만들었으나 임진왜란·병자호란 등을 겪으면서 당장 먹고살기 어려워지자 주민들이 차밭을 농지로 바꿨다고 한다. 결국 차의 본고장이란 명성을 잃고 산간 지역이나 사찰 주변의 야생차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보니 하동엔 보성과 달리 수제 녹차를 만드는 작은 다원이 많다. 이 지역 제품은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따서 만들기 때문에 최근 농약이나 중금속 우려가 커지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는 중이다.

3대 명인 제품 알아줘

국내 녹차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박수근·신광수·김동곤씨 등 3대 명인의 제품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녹차 명인으로 인증한 이들이 만든 제품은 주로 백화점에서 판다. 현대·신세계백화점은 박수근·신광수 두 명인의 차를, 롯데백화점에선 김동곤 명인의 차를 각각 팔고 있다. 이들 명인 차 외에 ‘조태연가’의 죽로차도 명품으로 꼽힌다. 대나무밭 사이에서 자란 찻잎으로 만든다는 죽로차는 조태연가가 아예 상표권 등록까지 했다. 이들 명차 중엔 한 통(80g들이)에 120만원짜리까지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인 제품 중에서 선물용인 우전이나 작설차는 10만~20만원대, 식음용인 세작이나 중작은 2만~4만원대 제품이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최근 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다원은 온라인 사이트가 없거나 있더라도 검색해 찾아내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차에 관심 있는 사람 중엔 ‘보성 다향제’나 ‘하동 야생차 축제’ 같은 행사에서 입맛에 맞는 차 생산자를 발굴해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는 경우가 많다. <표 참조>

현재 대구 엑스코에선 1일 폐막 일정으로 ‘대구 국제 차문화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5~8일엔 서울 코엑스에서 ‘국제 차문화 대전’이 열린다. 차 맛을 잘 모른다면 이런 차 축제에서 전문가와 소비자 의견을 청취해 선정하는 ‘올해의 명차’를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국 차는 향, 한국 차는 맛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일본에서도 차를 즐겨 마신다. 한국차인연합회 전우벽 사무국장은 세 나라의 차에 대해 “한국은 맛, 중국은 향, 일본은 색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중국 녹차(비발효차) 가운데는 용정차가 가장 유명하다. 용정차는 저장(浙江)성 시후(西湖) 부근에서 생산되는 차다. 반발효차인 우롱차로는 중국 무이암차, 대만 동정차 등이 인기다. 최근 국내에선 미생물로 발효시킨 중국 보이차의 인기가 높다. 녹차는 몸을 차게 해주는 반면, 보이차는 몸을 덥게 해준다고 한다. ‘보이차=고급’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한 봉지에 수백만원씩 하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일본 최고급 녹차로는 ‘옥로’가 꼽히는데, 이 차는 해 가리개를 해서 재배한 차나무의 부드러운 새싹으로 만든다. 일본 차로 옥로와 더불어 잘 알려진 ‘전차’는 옥로와 달리 햇볕을 잘 받고 자란 차나무 잎으로 만든다.

정영선 한국차문화연구소장은 “아무리 좋은 녹차라도 1년이 지나면 맛과 향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녹차는 딴 지 1년 안에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좋은 차일수록 낮은 온도의 물로 오래 우리고, 질이 나쁜 차일수록 높은 온도의 물로 빨리 우려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암·노화방지 효과

예로부터 차는 신에게 바치는 음료로 일컬어져 왔다. 녹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담배나 술의 독성을 줄이고 암 발생도 막아준다고 한다. 게다가 지방 분해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 좋고,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 방지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카페인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신경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 자기 전에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이진수(차문화경영학과) 원광디지털대학 교수는 “혈압이 높은 사람은 진한 세작보다 연한 중작을 마시고, 저혈압 환자나 손발이 차고 위장이 약한 사람은 차를 마시더라도 엷은 차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약을 먹을 때 찻물로 마시는 것도 금물이다. 차의 카페인이 두통약에 들어있는 카페인과 결합해 상승작용을 일으키거나, 차의 타닌 성분이 위장약의 철·마그네슘 성분과 결합해 약효를 없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하루 20잔까지 마셔도 문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의대 이동호 교수는 “녹차의 카페인은 커피의 카페인과 성분이 다르고 배설이 빨리 되기 때문에 많이 마셔도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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