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살아 있는 예수의 말씀으로 돌아가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4호 02면

지난달 27일 심포지엄이 열린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 백주년기념관을 가득 메운 청중은 3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 과정 내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임진권 기자

“‘큐(Q)복음서’는 살아 있는 예수의 말씀입니다. …묵시론적 환상을 벗어나 살아 있는 예수의 말씀으로 돌아갑시다.”

600명 참석, 3시간 열띤 토론 ‘큐복음서와 한국교회’ 심포지엄

5월 27일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리교신학대 백주년기념관. 서구 기독교 신학계에서 최대 이슈로 손꼽히는 ‘큐복음과 도마복음’ 관련 본격 토론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토론회 제목은 ‘큐복음서와 한국 교회-도올과 함께하는 신학 심포지엄’. 감리교신학대 기독교통합연구소와 한국신학대 학술원 신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도올 김용옥 중앙일보 기자 겸 세명대 석좌교수가 발제를 했고, 이정배(감신대) 교수의 진행 아래 김명수(경성대)·유태엽(감신대)·채수일(한신대) 교수 등 신학자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도올 김용옥

토론회는 대성황이었다. 묵직한 주제가 논의되는 자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강당 1·2층을 가득 메운 600여 명의 청중이 3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된 토론을 끝까지 지켜봤다. 국내 학술 토론회가 대체로 극소수 전문가의 잔치로 그치는 것과는 극명하게 비교됐다. 토론이 다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던 이들은 “신학 토론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줄 몰랐다” “한국 기독교사에 기록될 역사적 토론회”라는 소감을 이구동성으로 내놨다.

무엇이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을까.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었다. 서양 문명의 중심인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 한국 교회가 지향했으면 하는 새로운 진로에 대한 비전이 가감 없이 제시됐다. 허심탄회한 설명과 주장이 이어지며 갈증과 궁금증은 하나씩 풀려 나갔다. 큐복음에 담긴 무엇이 과연 새로운 요소일까.

철학자 도올이 신학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유는 그가 지난해부터 중앙SUNDAY에 연재 중인 ‘도올의 도마복음이야기’가 계기가 됐다. 연재를 하며 그는 기독교에 대해 자신이 평생 품고 있던 생각을 정리했고, 그 결과가 최근 『큐복음서』『도올의 도마복음이야기 1』(통나무출판사)로 출간됐다. 도올은 도마복음과 큐복음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두 책에서 해설했다. 이날 토론자들이 “신학자들이 먼저 해야 했으나 교계와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할 수 없었던 일을 도올이 해냈다”며 『큐복음서』 출간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도올은 “중앙SUNDAY가 도마복음 이야기를 기록적으로 2년째 연재하고 있고, 그것을 계기로 이런 신학자들의 대토론회가 열리게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한국 기독교에 희망의 빛줄기가 불타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도올은 어려서부터 엄마 손을 잡고 교회에 다닌 일, 20대 초반 목사를 꿈꾸던 신학도였던 일 등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968년 겨울 나는 한국신학대학을 나오며 목사의 꿈을 접었습니다. 그때 화계사 개울 미루나무가 한 줄로 서있던 마찻길을 걸어 나오며 생각했지요. 나를 쓰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 오늘에서야 비로소 조금 궁금증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큐복음서가 전하는 예수의 모습은 기존의 판에 박힌 교리적 상식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동정녀 마리아에게 태어나고, 각종 기적을 행하며 수난의 드라마를 거쳐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후 부활·승천하는 예수는 사라진다. 그리고 일상적 삶의 지혜를 설파하는 예수의 육성만 들리고 있다.

십자가·부활체험을 중심으로 한 모든 초대교회의 기술이 AD 60년 전후 사도 바울에 의해 해석된 케리그마(복음 선포)에 연원을 두고 있음이 이날 토론에서 새롭게 확인되었다. 전문가들은 큐복음이 현존하는 모든 복음서보다 앞선 기록으로 본다. 김명수 교수는 큐복음서가 바울 서한보다 빠르다고 주장했다. 큐복음의 존재는 바울이 기독교를 소아시아의 이방종교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이전의 소박한 예수상을 제시한다. 이날 참석자들은 그 같은 지혜로운 스승 예수의 모습이, 오늘날 한국 교회에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제시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큐복음서가 제시한 초기 기독교의 다양한 가능성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실천할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사회자 이정배 교수가 “한국 교회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새로운 방식으로 꽃 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 예감이 적중한 느낌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