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싫어하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가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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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16면

1 세계 어디서나 이케아의 고유색인 파랑과 노랑은 동일하다. 직원들도 노란색 폴로셔츠와 파란색 바지를 입는다

설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자신의 이름 첫 글자 I, K와 부모의 농장 엘름타리드의 첫 글자 E, 그리고 농장이 위치한 마을 아군나리드의 첫 글자 A를 합쳐 ‘이케아(IKEA)’라는 브랜드를 만든다. 가볍게 만든 이 이름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네임 중 하나다. 이케아를 처음 보면 일단 규모에 놀란다. 파란색 철판으로 감싼 거대한 건물 외관에는 노란색으로 굳건하게 IKEA라고 씌어 있다. 이들의 파란색과 노란색은 스웨덴 국기를 상징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가구 매장’에 대한 그동안의 선입견이 가볍게 깨진다.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이케아는 하나의 버라이어티쇼를 보여 준다. 1층에서 고객을 가장 먼저 맞는 것은 카페테리아다. 캄프라드는 ‘배고픈 사람은 가구를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은 만인에게 동일하다. 3층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스웨덴 음식을 판매하는 것으로 일종의 ‘판매전략’이 됨과 동시에 이케아에 스웨덴의 색채를 덧입히는 역할도 해낸다. 덕분에 크랜베리와 감자가 곁들여진 ‘쾨트불라’는 이제 스웨덴 대표 요리가 됐다. 닭과 비트 뿌리 소스를 곁들인 감자 요리 ‘피티판나’ 역시 마찬가지다. 가구 매장은 오전 9시30분에 열지만 정작 레스토랑은 9시부터 손님을 맞는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케아 매장 내 레스토랑은 1971년부터 운영됐다.

2 컨트리하우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미니멀&모던 스타일, 그리고 가격이 저렴하고 단순한 모양의 가구인 영(young)-스웨덴 스타일의 인테리어 제품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3 이케아의 모든 제품에는 스웨덴과 관련한 이름이 붙는다. 소파·안락의자·테이블에는 클리판·바르카뷔·크로그슐트처럼 스웨덴 지명이 붙어 있다

놀이공원이 아닌 ‘쇼핑공원’
가구 쇼핑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걸어 내려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3층까지 곧장 이어진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디스플레이에 압도된다.

이케아는 넓은 매장에 수십 가지 종류의 거실과 부엌·침실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아이 방에 놓인 초등학교 상장에서부터 싱크대에 걸쳐진 고무장갑에 이르기까지 이케아가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 더불어 스웨덴이 아닌 것도 없다. 벽에 걸린 사진들은 스웨덴의 풍광이나 일상이 담긴 사진이며 아이 방 책상 위의 상장에는 스웨덴 남자아이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모든 디스플레이는 애초에 집 꾸밈에 취향이나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안심하게 만든다. ‘당신은 고르고 사면 된다. 나머지는 우리가 책임진다’고 말하는 것같아 고객들은 믿음을 갖게 된다.

4,5 자재 창고에서 쇼핑하는 느낌. 이케아는 이렇게 불편한 듯 낯설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독특한 쇼핑 장소다 6 이케아 카페는 입구와 가구매장에 하나씩 있다. 넓은 매장을 둘러보느라 지친 고객들이 쉬었다 다시 쇼핑할 수 있도록 한 영리한 전략이다 7 크랜베리와 감자를 곁들인 ‘쾨트불라’. 스웨덴을 알리는 이케아 레스토랑의 음식이다.

끝도 없을 것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서재와 거실을 지나는 동안 매장은 단순히 가구 매장이 아닌 ‘놀이공원’이 된다. 그룹 회장인 안데르스 달비그 역시 이케아를 스웨덴식 디즈니랜드로 구상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이케아를 소풍의 목적지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침대에 눕기도 하고 식탁에 앉기도 한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갓난아이들도 바닥을 기어 다닌다. 연인들은 새 보금자리 설계에 여념이 없다. 이 사람들은 『해리포터』와 성경보다 더 많이 배포된다는 이케아의 카탈로그를 보면서 자신이 살고 싶은 집과 갖고 싶은 부엌을 마음속에 그린다. 2006년 카탈로그는 25개 언어로 33개국에서 배포되었다. 카탈로그 안의 공간은 치밀한 계획 아래 정돈된다. 깔끔하지만 냉정하지 않은 안락한 공간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카탈로그에서 본 그림이 실현 가능한지를 매장에서 최종 확인한다. 사진으로 본 것을 두드려 보고 쓰다듬어 보는 동안 완벽하게 가능한 꿈이 되는 셈이다. 이케아는 완벽하게 새로운 세계다.

이케아에서는 규모나 디스플레이 방식뿐만 아니라 구매 방식도 기존의 가구 구매 방식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람들은 메모지와 무료 배포되는 미니 연필을 들고 자신이 원하는 가구의 이름과 제품번호를 적는다. 작은 카트와 노란색 쇼핑백은 가구가 아닌 소품들을 담는 용도다. 매장을 전부 둘러본 뒤 선반에서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찾아 카트에 싣고 계산한다. 가구는 직접 옮겨 포장을 풀고 자신이 직접 하나의 가구로 조립해야 한다. 가구 판매에서 발생하는 작업량의 80%는 고객이 스스로 처리하는 셈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안방까지 연장하는 격.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로 그 점을 좋아한다. 이케아의 고객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인다. 직원은 고객을 이끌거나 관심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구매력을 의심하는 직원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부부간의 대화에, 모녀간의 대화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무엇을 왜 사려고 하는지 묻지 않는 것에 자유로움을 느낀다.

덕분에 고객들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가구를 움직여 보고 비교해 볼 수 있다. 아무도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상냥하지만 은근한 압박도 없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사람은 상담을 포기한다. 이케아 역시 스스로를 서비스업체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에게는 ‘가격’을 돌려준다.

현명한 선택, 박리다매
잉바르 캄프라드의 논리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 즉 ‘박리다매’에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어느 가구 상인의 유언장』에서 “우리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말로 이케아의 목표를 설명한다. 그 결과 이케아는 ‘캐시 앤드 캐리 시스템(cash and carry system)’이라는 수퍼마켓 형태의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이케아 독일의 대표였던 베르너 베버 역시 동일하게 증언한다. “경쟁 기업에서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우리보다 싼값에 공급하면 더 이상 토론하지 않습니다. 바로 가격을 내리죠.” 낮은 가격이 처음부터 이윤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선순환 구조는 수요가 증가할수록 제품의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이 낮아짐과 동시에 이윤을 남기게 된다.

이케아는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물류비용에 가장 초점을 맞춘다. 가구를 가능한 한 작고 납작하게 포장하는 것이다. 일례로, 25년간 판매돼 온 작은 초 ‘글림마’를 콤팩트한 블록 형태로 포장한 결과 화물차 한 대로 운송할 수 있는 양이 7560봉지에서 1만800봉지로 늘었다. 더불어 작고 얇게 포장함으로써 발송비 절감뿐만 아니라 운송 중 파손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물론 낮은 가격에는 한계가 있다. 제품 가격이 낮다는 것은 내구성이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케아는 색다른 관점으로 이것을 해결한다. 가구를 소모품으로 인식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이케아는 광고에서 이를 장점으로 부각시킨다. 소파보다 자동차를 더 자주 바꾸는 미국 소비자에게 식탁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 알려준다. 사람들은 이제 이케아의 가구를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자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케아에 있어 품질은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일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다고 해서 이케아가 디자인을 포기한 것은 아니란 점이다. 이케아의 디자인은 “모든 사람이 그것을 싫어하지만 모두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예술잡지 ‘아트’의 표현이 증명해준다.

이케아의 성공 요인 중 첫 번째가 저렴한 가격이라면, 두 번째는 디자인의 몫이 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케아의 가구들은 매력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이 좋은 제품 곁에는 디자이너를 사진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고객에게 제대로 된 물건이라는 신뢰감도 준다.

유명 디자인은 아니지만 비슷한 디자인을 소유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이런 이케아가 ‘컬트 브랜드(다수의 열광하는 고객을 가진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케아는 정규 디자이너 12명과 80명의 프리랜서 디자이너 팀이 제품을 개발한다. 이들의 모토는 ‘모든 디자인은 다른 디자인으로부터 배운다’이다.

이케아 디자인이 가진 신뢰감은 실제로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끼친다. 의견조사 연구소 엠니드가 독일 사람을 대상으로 2004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이케아가 인테리어 스타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현재 이케아는 33개국에 228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2005년에만 무려 4억1000만 명이 가구를 구매했다.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는 유럽의 소매 브랜드 순위에서 이케아의 브랜드 가치를 65억1600만 유로라고 밝혔다. 2005년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설립자 캄프라드의 재산은 230억 달러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참고서적『이케아』(미래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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