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양의 침묵’은 끝났다 … 양준혁 13일 만에 1군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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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3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돌아온 ‘타격 달인’ 양준혁(39)의 활약에 힘입어 SK를 7-6으로 누르고 4연승을 달렸다.

0-2로 뒤진 1회 말 삼성 공격. 1사 1루에서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외야에는 그가 만세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걸개 사진도 내걸렸다. 17일 극심한 부진으로 프로 데뷔(1993년) 이후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간 뒤 이날이 13일 만의 1군 복귀전이었다. 2군에 추락할 당시 성적은 타율 0.199에 3홈런·21타점.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그에게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경기 전 더그아웃 분위기는 냉랭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 박석민·채태인·최형우 등 ‘젊은 사자들’은 훌쩍 커 있었다. 자기를 1군으로 불려 올린 선동열 감독조차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래도 양준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단정한 머리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 양준혁은 첫 타석부터 안타를 뽑아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1루수 쪽 땅볼 타구를 날린 뒤 전력 질주를 해 세이프 선언을 받았다. 내야 안타. 최고참의 분전에 젊은 타선도 힘을 냈다. 삼성은 1회 말 반격에서 4점을 뽑아내며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첫 단추를 잘 끼운 양준혁의 방망이는 쉬지 않고 돌았다.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전안타, 선두 타자로 나선 6회에는 우전 안타를 기록하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4타수 3안타·1볼넷에 2득점. ‘양 신(神)’의 부활이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경기 3안타를 때린 양준혁은 “2군에서 특별 타격 훈련을 매일같이 30~40분씩 소화하면서 집중력과 감각을 끌어올렸다. 오늘 빗맞은 타구 2개가 안타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잘 풀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두 SK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2-6으로 뒤진 7회 26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박재홍의 활약 등으로 4득점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승리의 몫은 삼성이었다. 7회 1사 1, 3루에서 조영민의 폭투로 3루 주자 최형우가 결승점을 밟았다.

한화는 홈런공방전 끝에 LG를 8-6으로 꺾고 청주구장 6연승 행진(올 시즌 4연승)을 이어 갔다.

정회훈 기자, 대구=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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