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놓고 대립하는 KAIST-생명공학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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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순흥 부총장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상기 원장으로부터 입장을 들어봤다.

KAIST 장순흥 부총장
“두 기관 힘 합치면 명품 연구병원 가능”

“두 기관이 자발적으로 통합 등의 논의를 했으면 좋겠어요. 상호 협력 아래 자발적으로 좋은 방안을 찾기를 원합니다.”

KAIST 장순흥 부총장은 상호 이익을 위해서 두 기관을 통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통합이 선택이냐, 어쩔 수 없어 하려는 것이냐.

“순전히 선택의 문제다. 두 기관이 힘을 합친다면 바이오 분야 등에서 연구 성과가 향상될 것이라 생각돼 통합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왜 하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냐.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기관 간 통합 대상에 여러 기관과 대학이 거론됐지만 KAIST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가장 잘될 것 같은 기관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양 기관이 위치적으로도 붙어 있기 때문에 통합할 경우 인력교류와 상호 협력 면에서도 수월하다.”

-통합해서 얻는 게 무엇이냐.

“미국 하버드대학의 바이오와 메디컬 분야의 연구진이 6000명 정도 된다. 유명한 병원 중 대학병원 아닌 곳이 거의 없고,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오려면 물리학과 공학, 바이오 등 여러 학문이 융합해야 한다. 그런 조건을 KAIST는 갖추고 있다. 두 기관의 통합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적으로 이익이다. 대덕에 내놓을 만한 세계적인 연구병원 같은 게 하나라도 있는가 봐라. 그런 것을 만들려면 두 기관이 합치는 것이 좋다.”

-상대편이 통합을 절대 반대하지 않는가.

“한국정보통신대학(ICU)도 처음에는 통합 절대 불가 입장이었으나, 지금 통합추진 합의서에 서명하고 진행하고 있지 않나. 경영자층이나 노조가 반대하겠지만 통합을 원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생명공학연 이상기 원장
“말은 통합, 속은 흡수 연구 기반 무너질 것”

“교육과기부가 7월 말까지 두 기관 간 통합 양해각서를 교환하라고 일정을 잡은 모양인데 거기에 응할 생각이 없어요. 전 직원이 일손을 놓고 있는데 이제 소모전을 그만둬야 합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상기 원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KAIST와의 통합 논의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교육과기부의 통합 중재안과 KAIST의 통합 제의를 모두 반대한다고 공개 발표했었다.

-왜 반대하나.

“1 대 1 통합도 아니고 KAIST에 흡수당하는 거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대학 부설기관이 되면 인사권도 예산권도 모두 없어진다. KAIST가 내놓은 안에도 원장을 부총장급으로 총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다.”

-KAIST에서 여러 좋은 조건을 내걸었다는데.

“겉으로 봐서는 그렇다. 사학연금 , 정년 연장 등 조건을 제시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직원 신분보장이 안 된다. 통합하고 나서 몇 년 이내에 구조조정을 해 연구원 출신의 상당수가 실직하게 될 것이다.”

-KAIST나 정부도 문제점을 검토했을 것 아니냐.

“국가적으로 유일한 바이오 연구기관을 대학에 통합시키려는 것인데 사전에 철저한 검토 과정이 없었다. 이렇게 졸속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정부가 강압적으로 통합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현재도 실질적으로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현 경영진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정부가 강압적으로 할 수 없다는 말인가.

“정부가 강제 통합한다 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법을 고쳐야 하고, 그러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정부 뜻대로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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