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씨에 뇌물준 기업들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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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현우(李賢雨)전 청와대 경호실장에게 뇌물을 준 기업들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수그러질듯하던 비자금 파문이 다시 번지는 기세다.이미 다른 사건에서 「뇌물」전달의 전력이 있는 동화은행과 대림산업은 『다시 또-』하며 영업 지장을 우려하고 있으며 부도상태의 영진건설등은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걱정이다.
반면 뇌물액수가 소액인 점에서 『별 일 있겠느냐』며 애써 느긋해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동화은행 임직원들은 李씨가 91년3월 안영모(安永模)당시 동화은행장으로부터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 예치 사례비 명목으로 2억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안영모 비자금 파문」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
동화은행 관계자는 『93년도 비자금 사건이 「안영모 동화은행장 사건」으로 불려 은행이 이름을 바꾸는 것까지 고려할 정도로충격이 컸다』면서 『제발 이번 일로 다시 安 전행장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거나 은행 영업에 지장을 받지 않았으 면 한다』고 주문. …쌍용그룹은 전회장인 김석원(金錫元)그룹 고문이 대통령과의 면담 주선에 대한 사례로 李씨에게 6,000여만원의 뇌물을 준 사실이 영장에서 밝혀지자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
그룹측은 그러나『특별한 혜택도 없었고 액수가「촌스러울 정도」로 적지 않느냐』면서 별일 없기를 바라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金 전회장이 검찰에서 평소 성격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이것이 명쾌한 사례를 삽입해야 하는 검찰 영장에 편의상 채택된 것 같다』고 나름대로 해석.
…李씨가 보령화력발전소 수주와 관련,돈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발전소의 토목및 건축공사를 맡았던 대림산업은 이준용(李埈鎔)회장이 또다시 소환될지 모른다며 전전긍긍.
대림산업은 91년 석유비축기지공사와 관련,李회장이 6개업체로부터 80억원을 모금해 盧씨에게 상납한 사실이 밝혀진데 이어 이번에도 공사수주 대가로 돈을 주었다는 혐의를 받게 되자 여론의 비난을 받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림측은 그러나 『보령화력발전소공사는 자신이 맡은 토목공사보다 한국중공업이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맡은 터빈.보일러등 설비공사규모가 훨씬 컸기 때문에 공사수주와 관계없이 李씨에게 단지 「인사치레」만 했지 않았겠느냐』며 자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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