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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구속사태-盧씨 수감되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전직 대통령 비리혐의 구속이라는 헌정사 첫 오점이 기록된 16일 저녁.노태우(盧泰愚)씨는 침통한 표정,천근 발걸음으로 경기도의왕시포일동 서울구치소의 높다란 회색 담 안에 수감됐다.초겨울의 찬 감방에서 盧씨는 국민들의 허탈과 분노 를 이불 삼아수인(囚人)의 첫날밤을 보냈다.
◇구치소 도착=盧씨를 태운 서울2버4442 프린스 승용차는 오후7시56분쯤 호송차량을 앞세우고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한뒤쏜살같이 달려 구치소내 수용시설에 도착.승용차 뒷좌석에 2명의검찰 수사관들 틈에 앉아 있던 盧씨는 정문을 통과하면서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
구치소 정문에서 취재진이 盧씨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포토라인을 넘어 盧씨가 탄 승용차 옆으로 달려가자 구치소 경비교도대 대원 30여명이 승용차를 에워싸면서 양측간에 고함이 오가는 등 한때 소란.
서울구치소측은 승용차가 구치소 경내로 들어서자 육중한 첫번째정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곧이어 마지막 두번째 철제정문을 열어 盧씨를 구치소 경내에 있는 보안과 청사로 곧바로 안내.
盧씨 호송차량이 안양시내에 들어서면서 盧씨가 수감된다는 소식을 듣고 길가에 나온 시민들중 일부는 손을 흔들거나 미리 준비한 손전등을 흔들어대 盧씨 구속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는 모습. 구치소 정문 앞에선 마침 석방예정인 노조간부를 마중나온한국통신노조원 50여명이 『노태우는 구치소로,노동자는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盧씨 차량에 먹다남은 빵조각 등을 던지기도했다.盧씨가 구치소에 수감되기까지의 구속집행 장면은 TV로 전국에 생중계돼 온국민이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구속수감=盧씨는 곧이어 구치소내 보안과 사무실 옆에 마련된「신입자 교육실」로 안내돼 수감생활에 따른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盧씨는 이곳에서 인적사항을 확인받고 담당 근무자로부터 수인번호와 구치소안에서 사용하게 될 세면도구및 수의(囚衣)등을 전달받았다.구치소측은 盧씨의 경호를 전담할 교도관 3명을 미리 선정,8시간씩 하루 24시간 밀착경호할 예정.
◇영장집행=盧씨는 구속영장이 집행되기 직전 출두때와 마찬가지로 안강민(安剛民)중수부장 방에 들러 잠시 대화를 교환.
盧씨의 구속.수감 사실은 문영호(文永晧)과장이 영장 범죄사실을 읽어준뒤 직접 통보.
盧씨의 영장이 발부된 직후 文과장은 영장을 직접 조사실로 갖고 들어가 盧씨에게 특가법상 뇌물죄로 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을알려줬으나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는 것.盧씨는 오후7시30분 대검 1층 현관문을 나선뒤 포토라인 위치에서 걸음 을 멈춘 후 기자들이 몰려있는 쪽을 향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합니다』라며 소감을 피력.
盧씨는 『이 사건에 대해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안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라고 운을 뗀 후 기업인들에 대한 선처호소와 정치인에게 화해하라는 특별당부를 덧붙였다.
盧씨는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지고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와중에도 2분여동안 차분.담담하고도 조리있게 말을 이어가 마음속으로 상당한 준비를 했음을 반영.
◇영장발부=盧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대검수사관 2명이 오후1시30분쯤 서울지법 형사과 접수실에 접수한뒤 5시간21분만인 오후6시51분 서울지법 김정호(金靖鎬)판사에 의해 발부됐다.
일련번호 95-13584로 접수된 盧씨 영장은 영장신청서와 사건기록등 1,000여쪽이며 직업란에 무직(전대통령),적용범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으로 기재됐다.
盧씨의 영장은 사기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姜모(사업.서울서초구서초동)씨와 鄭모(무직.서울성동구성수1가)씨에 이어 16일 접수된 영장으로는 세번째로 영장원부에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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