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훈 전 국무총리(사진 왼쪽에서 여섯째)는 2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회고록 『나라를 사랑한 벽창우』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한승수 국무총리(오른쪽에서 셋째), 이홍구 전 국무총리(왼쪽에서 셋째)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강 전 총리는 책에서 평북의 한 시골마을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과 6·25 전쟁 시기, 총리 재임 시절 등을 회고했다. 특히 총리 재임 시절 자신이 이끌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의 뒷이야기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강 전 총리는 1988년부터 90년까지 총리를 지내면서 세 차례나 남북 고위급회담을 이끌었다. 책에는 90년 10월 18일 강 전 총리가 제2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북한 주석과 있었던 ‘각하’ 호칭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당시 “국민 감정을 고려해 김 주석에 대한 호칭을 주석 또는 주석님 정도로 하고, 각하란 호칭을 안 쓰기로 작심했지만 대화 도중에 김 주석이 뜻밖에도 내게 ‘강영훈 총리 각하’라고 하는 바람에 나도 ‘주석 각하’라고 호칭했다”는 것이다. 또 2차 남북 고위급회담 마지막 날 45년 만에 누이동생과 조카를 만난 감격스러운 순간도 적었다. 강 전 총리는 육군사관학교 교장과 외교안보연구원장, 주영 대사, 주 교황청 대사, 국회의원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책에는 그가 그런 다양한 경력을 거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87년 3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 교황청 대사의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자신의 부부와 사진을 찍은 뒤 양손을 잡아줬던 일화를 소개하며 “그 손길에서 전해지는 성하의 따뜻하고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또 주영 대사 시절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만난 순간에 대해 “우리나라 운현궁 이우 공비 박찬주 여사가 주는 느낌과 흡사해 부드러운 가운데서도 위엄 있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 밖에 책에는 5·16 쿠데타 당시 육군사관학교장이었던 강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치했던 기억, 32세에 국방부 차관에 임명돼 이승만 전 대통령과 만났던 일 등이 꼼꼼히 기술돼 있다. 강 전 총리는 회고록 말미에 “삶의 이야기를 부족하나마 다 풀어놓았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고 적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홍구·이수성·정원식·노재봉 전 총리 등이 참석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국회의장 출마를 선언한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도 참석했다.
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