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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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 총수들에 대한 소환조사 8일째인 14일 그동안 하루 4~5명이 출두했던 것과 달리 2명만이 출두,기업인 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오전 9시50분쯤 거의 동시에 검찰에 출두한 벽산그룹 김희철(金熙喆)회장과 풍산금속 유영우(柳泳佑)부회장은 12시간이 넘는 조사를 마치고 오후 10시15분과 10시38분쯤 각각 귀가. 이들은 장시간 조사에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으나 보도진들 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하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그러나 『조사받은 소감을 말해달라』『야당 정치인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있느냐』는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함구로 일관.
…13일 오전 검찰에 소환된 대한전선의 설원량(薛元亮)회장은14일 오후 10시50분쯤 36시간의 긴 조사를 마치고 피곤이역력한 기색으로 귀가.
취재진들은 대검청사를 나서는 薛회장에게 『조사내용이 주로 무엇이었는가』『盧씨에게 어떤 방식으로 비자금을 전달했는가』등 질문을 던졌으나 薛회장은 『위(검찰)에서 모두 말했다』고만 말하고 곧바로 승용차에 탑승.
…15일 새벽 이태진(李泰珍)전청와대경호실 경리과장의 귀가로기업인등 소환자들이 한사람도 남김없이 전원 귀가함으로써 지난 7일 기업인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대검청사는 관련자 조사가 없는 밤을 맞기도.
이에따라 청사 주변에서 기업인을 포함한 소환자들의 귀가 상황을 취재하던 사진기자 및 방송카메라 기자들도 모두 철수해 매일밤 불야성을 이루던 검찰청사는 모처럼 「차분한」분위기.
…한편 검찰의 盧씨 부한전선 설원량(薛元亮)회장이 만 24시간이 지난 14일 오전까지도 조사받자 대검 청사 주변에 대기중이던 대한전선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상대로 이유를 알아보는등 비상. 한 회사직원은 『薛회장과 같은 시간 출두한 동양 현재현(玄在賢)회장뿐 아니라 오후에 출두한 동국제강 장상태(張相泰)회장마저 13일 저녁 귀가했는데…』라며 초조한 모습.
…한편 검찰의 盧씨 부정축재사건 수사에 따른 「최종결단」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검 범죄정보관리과에서 『盧씨 비자금 지역별 여론동향』이라는 책자를 펴낸 것으로 알려져 주목.
수백쪽에 이르는 이 책자엔 盧씨의 사법처리 방법,기업인들의 사법처리 수위(水位)에 대한 지역별 주민들의 여론을 분석한 결과가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주변에선 『수사를 맡은 검찰로서도 일반 여론 동향이 아무래도 신경쓰이지 않겠느냐』며 그 내용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
…오후1시50분쯤 검찰에 3차 소환된 이태진(李泰珍)전청와대경호실 경리과장은 10시간20분만인 15일0시10분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출두때 앞만 응시한 채 일절 침묵을 지켰던 李씨는조사후 다소 여유를 찾은듯 『스위스은행 계좌에 대해 아는 바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고 『그럼 왜 스위스에 갔나』고 묻자 『(盧씨가 자신을)위로차 데려간 것』이라고 응답.
…한편 지난 13일 오후2시7분 출두했던 금진호(琴震鎬)민자당의원은 14일 낮12시50분 출두 22시간32분만에 장시간의검찰조사를 마치고 귀가.琴의원은 『한마디 해달라』『개인적으로 盧씨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있느냐』는등 취재진 의 거듭된 질문에 『할 말 없습니다』고 힘없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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