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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우리아이들지상상담실>컴퓨터 폭력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중학교 2학년생 M군은 「컴퓨터광(狂)」.지난해부터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기 방에 들어가 컴퓨터게임을 시작하면 눈이 빨갛게충혈되는 새벽까지 멈추질 못한다.컴퓨터 폭력프로그램에 그야말로몸과 마음을 온통 다 빼앗긴 셈이다.
정신없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상대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로 차고 때로는 손에서 장풍이며 불길을 내뿜으면 상대방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이렇게 한단계씩 높아지면서 자신이 쓰는 기술도 늘어 M군은 이제 동틀 무렵이면 폭력게임의 마지막 단계에나타나는 상대방까지 무찌르는 「고수」가 됐다.
컴퓨터 앞에서 적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릴 때는 마냥 신나지만 학교에서는 수면부족에다 수업내용도 거의 이해되지 않으니 늘 머리가 아프고 성적은 엉망진창.속마음을 털어놓을만한 친한 친구도별로 없어 자신의 모습이 점점 더 초라하게 느껴 졌다.그러면서도 컴퓨터게임에서 헤어나지 못해 괴로워하던 M군은 상담실을 찾았다. M군은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온 억울한 일들을 털어놓았다.공부 잘하는 형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형만 마음에 들어하시는 부모님에 대한 반발과 섭섭한 마음 때문에 폭력게임 속의상대를 자기 형의 대치인물로 여긴 듯했다.어머니가 나 무랄때마다 M군의 성격은 점점 움츠러들었고,학교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친구나 선생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이따금 마음을 다잡고 책상 앞에 앉아도 부모님의 칭찬을 듣는 형의 모습과 컴퓨터게임의 주인공들이 떠올라 좀처럼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인간의 좌절은 공격욕구를 부추긴다.M군의 가슴에도 공격성으로탈바꿈한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이 쌓여있었던 것이다.M군은 국제무대를 누비는 외교관이 되고싶어 했지만 현재 성적으론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따라서 반에서 20등 이내에 드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았다.미래의 목표와 계획이 구체화되자 컴퓨터게임을 하는 시간이 아까워졌다.M군의 어머니도 상담에 참여하면서 아들에게 사랑과 격려를 표현하는 바람직한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박성수〈청소년 대화의 광장 원장.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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