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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직장인, 승진 때문에 가정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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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정답은 한국이다.

‘2008 OECD 백서’(2008 Factbook of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들의 지난해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357시간이며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1391시간)보다 966시간이나 더 길다고 보도했다. 미국 근로자보다 근무 시간이 연간 560시간이 더 길다. 연간 휴가 기간은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두번째다. 가구당 인터넷 보급율(94%)과 자살률, 사교육비 지출은 1위, 신생아 출산률은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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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은 근면성과는 별 상관없어 보인다. 미국의 격주간 경제 전문지‘포브스’21일자는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긴 것은 ‘문화’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퇴근을 앞두고 상사의 눈치를 보는 한국 근로현장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잡지는 농림수산식품부에 근무하는 39세 공무원 이모씨의 하루 일상을 소개했다. 이씨는 3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오전 5시30분에 기상해 출근 준비를 하고 2시간 걸려 과천에 있는 정부종합청사에 8시30분에 출근한다. 일과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씨는 오후 9시에 퇴근한다. 야근을 할 때도 많다. 집에 도착하면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기 바쁘다. 이런 일과가 매주 6일간 1년 내내 계속된다. 휴가는 1년에 3일 밖에 쓰지 못한다.

이씨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1주일에 아이들 얼굴 보는 시간이 10∼15분에 불과하다”며 “그것도 주말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말에도 사무실에 일이 생기면 출근하는 일도 잦다. 이씨는 가끔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토막잠을 자야 할 때도 있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357시간. 이것을 365일로 나누면 1년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평균 6시간 30분씩 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씨는 “정시에 퇴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우리는 상사가 우리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에 대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6시 정각에 사무실을 나서려면 승진이나 연봉 인상 쯤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한다. 한 달간 휴가를 다녀온다면 사무실의 자기 책상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한국인을 말한다(The Koreans)』의 저자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은 포브스 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직장 동료끼리 사무실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퇴근 후 사석에서도 김부장, 박 회계사라는 직함으로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며 “권위적인 기업문화 때문에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별로 할 일도 없이 빈둥거리면서도 퇴근을 미룬다”고 말했다. 또 “이 때문에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1일 근무 시간과 휴가 기간은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 영국은 OECD 국가 중 최장 근로시간 20위를 차지해 주간 평균 근로시간은 길지만 법정 휴가가 연간 20일로 긴 편이다. 하지만 미국 근로자의 법정 휴가일수는 연간 10일에 불과하다. 프랑스에서는 연간 5주의 휴가를 쓸 수 있다. 또 그리스(2위), 멕시코(7위), 이탈리아(8위)가 상대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자영업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

1. 한국 (2357)
2. 그리스(2052)
3. 체코(1997)
4. 헝가리(1989)
5. 폴란드(1985)
6. 터키(1918)
7. 멕시코(1883)
8. 이탈리아(1800)
9. 미국(1797)
10. 아이슬란드(1794)
11. 뉴질랜드
12. 일본
13. 스페인
14. 포르투갈
15. 슬로바키아
16. 캐나다
17. 핀란드
18. 호주
19. 영국
20. 스위스
21. 오스트리아
22. 아일랜드
23. 룩셈부르크
24. 덴마크
25. 스웨덴
26. 벨기에
27. 프랑스
28. 독일
29. 노르웨이
30. 네덜란드(1391)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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