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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추장·비빔밥 …‘맛 수출’ 천혜 조건 갖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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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임실의 한 치즈공장에서 숙성된 치즈를 운반하는 모습<사진左>.
순창 고추장 민속마을의 장 담그는 모습.

#1=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85㎞쯤 떨어진 ‘와게닝겐 푸드밸리’. 농산물과 가공식품, 기능성 식품, 특수 미생물 개발 등으로 유명한 유럽 최대의 식품산업 단지다. 와게닝겐 대학을 중심으로 20여 개의 식품연구소와 하인즈·유니레버·하이네켄 등 다국적 식품기업 70여 개가 밀집해 있다. 주변에는 1000여 개의 연관 업체가 입주해 있다.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은 470억 유로(약 59조원)로 네덜란드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한다. 이 중 절반인 230억 유로는 수출에서 번다.

#2=전북 순창군 백산리의 고추장 민속마을. 조선시대부터 전국적인 명성을 날리던 순창 고추장의 산업화를 위해 150여억원을 투자해 1994년 조성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고추장 생산업체 50여 개가 입주해 있다. 업체당 매출은 5억~6억원, 민속마을 전체로 따져 300억원 정도다. ‘청정원 고추장’을 만드는 순창 대상공장 한 곳 매출(2400억~2500억원)의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50여 업체가 제각각 따로 판매하다 보니 브랜드 파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탓이다.  

해외 선진국과 국내 식품산업의 격차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네덜란드나 덴마크 식품산업단지 한 곳의 매출 규모가 한국의 식품산업 전체 실적을 훨씬 뛰어넘는 힘은 기업·대학·연구기관을 결합한 클러스터에서 나온다. ‘동북아 식품수도 육성’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전북은 연구개발(R&D) 중심의 식품 클러스터 전략을 짜고 있다. ‘농도(農道) 전북’의 우수한 농산물과 전통식품을 바탕으로 산·학·연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맛의 고장’ 전북=전북은 전통적인 농도로 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역총생산(GRDP) 중 농림산업의 비중이 11%로 전국 평균(3.7%)보다 3.3배 높다. 제조업체 중 식품산업 관련 사업체 점유율(39.2%)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또 ‘맛의 고장’으로 불릴 만큼 전통 식품산업이 발달했다. 순창 고추장, 고창 복분자, 임실 치즈, 전주 비빔밥 등 전국적 명성을 자랑하는 브랜드가 많다. 고추장은 1년에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복분자는 술·와인·음료 등으로 1300여억원을 벌어들인다. 전주 비빔밥은 일본 가나자와시에 체인점을 개설하고, 중국에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등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식품 관련 연구기관이 많은 것도 강점이다. 김치·라면 등 우주식품을 개발한 정읍의 방사선과학연구소를 비롯해 생명공학연구원·생물산업진흥원·장류연구소·복분자연구소 등 식품 R&D 기관이 17개나 된다. 이들 연구소에서는 1500여 명의 인력이 신제품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정규 전주대 식품공학 교수는 “고품질 농산물·식품기업·연구기관을 유기적으로 엮는 클러스터가 가동되면 1차산업인 농업이 2차(식품 제조업), 3차(외식 서비스업)로 확장돼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D센터가 핵심=전북도가 구상하는 식품산업 클러스터는 식품전문단지와 식품가공무역단지 2개 축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1단계로 2012년까지 총 3500억원을 들여 330만여㎡(100만여 평)의 식품전문단지를 만든다. 부지는 전북 내륙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결정한다. 이곳에는 식품안전관리지원센터와 기능성평가센터·첨가물연구소 등의 R&D가 들어서 클러스터의 핵심 역할을 떠맡는다. 또 식품의 원료 구입부터 가공·유통·수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한다. 마케팅을 돕는 포장 및 디자인 지원센터와 식품 전문 인력 중개소도 운영할 계획이다.

2단계로 새만금 부지에 네덜란드 로테르담처럼 식품가공무역단지를 추진한다. 식품 전문 항구를 만들고 원자재 및 가공식품의 수출입을 자유롭게 보장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그 생산품을 일본·중국 등 해외시장으로 내보자는 것이다.

최재용 전북도 식품산업과장은 “전북은 농산물이 풍부하고 전통식품이 발달해 있는 등 푸드 밸리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의 조건을 갖췄다”며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면 900여 개의 기업 유치, 10만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식품산업 클러스터=농축산물을 가공하는 식품회사와 마케팅을 돕는 지원기관, 대학 및 연구기관, 정부의 지원기관 등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최적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식품산업 집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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