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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눈 감고 지뢰밭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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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 세 돌 9단 ●·후야오위 8단

장면도(139∼154)=오후의 한국기원 기사실. 이 바둑을 펼쳐놓고 신예 김지석 4단이 중앙에, 그 옆엔 서봉수 9단이 앉아 있다. 훤칠하게 자란 키에 준수한 용모를 지닌 19세 김지석의 근엄한(?) 모습과 승부세계의 오랜 풍상을 그대로 드러내며 크흐흐 웃는 서봉수의 모습이 한 폭의 풍속화 같다. 140을 보며 서 9단이 비명소리를 낸다. “뭐야, 대 무리네. 다 죽겠네.”

우변의 패를 따내면 대마는 A에 두고 사는 게 정상이다. 만약 손을 빼 흑이 먼저 △ 자리에 이으면 대마는 백A, 흑B의 꽃놀이 패. 그건 바로 종국이다. 하지만 가일수는 죽어도 할 수 없다며 이세돌은 버티고 있다. 그냥 버티는 게 아니라 140처럼 위험천만한 수마저 동원하고 있으니 가위 철의 심장이다.

151까지 외곽을 살려내자 좌하는 완전 지뢰밭이 됐다. 그런데 152, 이 강수는 또 뭔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눈 감고 지뢰밭으로 들어서는 152. 서봉수는 다시 크흐흐 웃고 있다. 피 튀기는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김지석 4단도 해설을 중단한 채 미소를 흘리고 있다.

‘참고도’ 흑1로 따내고 백2로 받는다면 흑3 잇고 백4로 산다. 그때 5로 몰고 7로 두는 패를 결행하면 어떻게 되나. 흑엔 C와 D 두 곳의 절대 팻감이 있는데 백은 어디에 팻감이 있나.

한데 후야오위가 153으로 먼저 몰고 있다. 이상 징후다(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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