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소환 대기업株 중심 곤두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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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군에서나 있을 법한 검찰의 「단체기합식」 기업주 소환으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조사결과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해당기업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일부에서는 검찰 조사가 기업활동을위축시켜 모처럼 다져 지고 있는 경기 연착륙의 기조마저 흔드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9일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등 그룹 총수가 검찰 소환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대그룹 계열 우량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이 바람에 종합주가지수는 9.93포인트 하락했고 제조업 지수는 무려 21포인트나 떨어졌다.검찰의 기업주 소환기준이 무엇인지,또 조사내용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모든 기업이 무슨큰 잘못을 저지른 것으 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관계기사 35면〉 재계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혐의 사실에대한 언급은 없이 기업주들을 소환하는 바람에 마치 모든 책임이기업인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며 은근히 정치권을 원망한다.결국 돈의 사용처는 불문에 부친 채 기업주만 몰아붙이는 것이 불만스럽다는 얘기다.
그룹 총수가 검찰에 다녀온 모기업 관계자는 『우리회사의 회장이 진짜 회사돈으로 정치자금을 대준 것이냐』며 심한 허탈감을 표하기도 한다.
노태우(盧泰愚)씨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가 조만간 끝날 기미가 없는 가운데 기업에 대한 조사가 구체화 될수록 국내 경제는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증권업계를 중심으로확대되고 있다.
이한구(李漢久)대우경제연구소장은 『지금은 조사단계이기 때문에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조사결과를토대로 기업의 조사범위(세무조사 포함)등이 구체화 될 경우 국내경기는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또 기업주가 개인돈과 기업돈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날경우 내년봄 노사협상에서는 새로운 불씨를 안게될 것이란 지적도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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