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사법당국에 통보할 내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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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찾기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외무부는 사법당국이 보내온 자료를 검토한 뒤 이를 다시 보완,빠른 시일안에 주스위스 한국대사관을 통해 스위스 사법당국에 전달키로 했다.또 관례에 따라 주한 스위스대사관에도 통보할 예정이다.이미 법무부에서는 최종적인 자료 보완작업과 함께 독일어번역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사법당국이 보낸 자료의 구체성 여부.검찰측 자료가 구체적 물증을 갖고 있다면 작업은 훨씬 빨리 진행될 전망이다.사법당국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해 첨부했으리라는 정황증거는 크게세가지. 첫째,사법당국은 외무부로부터 사법공조와 관련한 스위스연방법을 넘겨받아 구체적 검토작업을 했다는 점.
둘째,사법당국은 해외비자금의 핵심인물인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이나 이태진(李泰珍)전경호실 경리과장으로부터 결정적인 증언을 확보했을 가능성.외무부가 확인,검찰에 통보한 盧씨의 스위스비공식 방문일정및 수행자 명단에 이현우씨 외에 또다른 핵심인물인 이태진씨가 37명의 수행 경호관속에 포함돼 있음이 확인됐기때문. 외무부 당국자가 『이태진씨의 구체적인 진술이 첨부되면 스위스측과 사법공조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같은 맥락.
셋째,검찰은 盧씨가 지난 79년 당시 3박4일간의 스위스 비공식 일정에서 「혐의」의 일부분을 찾았을 가능성도 있다.외무부한 관계자는 『盧씨의 자유일정 내용은 측근들끼리 보안이 돼있어외무부가 공식적으로 상관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특히 盧씨가 유럽순방 직후 미국 시애틀로 날아가 딸 소영(素英)씨를 만났다는 것도 확인됐다.미국 검찰이 문제의 20만달러가 스위스은행에서 인출된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이때 비자금이 도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반해 사법당국이 보낸 자료가 명단이외의 구체적 물증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이 때문에 스위스측에 대한 통보도 늦어지고있다는 것.무엇보다 과연 盧씨가 가장 은밀한 부분으로 생각하는해외 비자금을 이처럼 대규모 수행원들이 있는 가운데 도피시켰을것인지에 의심을 하고 있다.외무부의 다른 관계자는 『설사 미국검찰당국이 93년 조사에서 소영씨의 스위스 계좌를 확인했다 하더라도 이미 그 계좌는 변경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스위스의 국제사법공조에 관한 연방법은 범죄구성 요건과 이를뒷받침할 입금은행.계좌번호.명의등의 구체적인 물증을 요구하고 있다.따라서 외무부와 사법당국간의 자료 보충작업이 의외로 시간을 오래 끌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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