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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일본금융>中.어쩌다 그리 되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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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용이 땅바닥에 떨어져 만신창이가 된 은행들이 합병해 규모만 늘린다 해서 잃었던 국제신용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다이와(大和)은행과 스미토모(住友)은행의 합병소식에 한 은행직원은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쪽이란 뜻이었다.
불황 속의 저금리,금융자율화의 전면 경쟁시대에서 일본 은행들의 취약한 금융기법과 리스크 관리능력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은행들이 이처럼 변화에 적응치 못하는 「공룡」신세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 관(官)의 보호에 길들여져왔기 때문이다.
패전후 일본은 관의 호위아래 은행.기업이 똘똘 뭉쳐 「경제부흥」이란 목표를 향해 항해하는 「호송선단」을 구축했다.지난 85년9월 플라자합의 이전만 해도 일본 은행들은 정부의 보호아래예금을 끌어모아 대출만 하면 자동적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였다.
금융당국은 예금금리를 항상 재할인금리(公定保合)나 콜금리.채권금리.대출금리보다 낮게 유지시킴으로써 은행이 예금을 끌어들이는데만 신경쓰도록 도와주었다.또 도시은행은 대기업의 단기자금을,장기은행과 신탁은행은 대기업의 장기자금을 담당케 하는 식으로여신(與信)업무를 분할시켜 은행의 경쟁부담을 줄여주었다.자본시장이 덜 발달돼 간접금융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것도 은행으로선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플라자합의 이후 금융자율화가 시작되면서 일본 은행들은나락으로 빠져들었다.마쓰노 노부히코(松野允彦)전대장성 증권국장은 『버블과 플라자합의로 인한 엔고가 동시에 진행돼 금융자율화의 시기를 놓쳐버린게 비극의 싹이 됐다』고 말한 다.
일본 금융당국은 급속한 엔고로 경기가 불황에 빠져들자 경기회복을 위해 잇따라 금리를 인하했다.게다가 막대한 무역흑자로 남아도는 돈은 실물투기로 이어졌다.이른바 거품경제다.
금융자율화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기법 개발과 체질개선등 「소프트웨어」를 정비해야 할 시기에 눈앞의 이익(주식.
부동산 관련 융자)에만 매달렸던 일본 은행들은 거품이 꺼지자 불량채권의 늪에 빠졌다.
금융자율화는 결국 경쟁을 의미한다.보호에 길든 일본계 은행들이 경쟁이 체질화된 구미(歐美)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한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다이와은행이 단적인 예다.
덩치를 말해주는 자산규모면에서는 세계 10대은행중 9개를 차지하면서 수익률면에서는 100대 은행에 단 1개도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일본 금융의 허약체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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