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대선자금 속앓이-덮자니 여론눈총 밝히자니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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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당이 대선자금 해법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대선자금 내용을 밝히라고 이만저만 공세에 나서는게 아니기 때문이다.8일에도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직접 『나는 20억원을 받은데 대해 국민앞에 사과했는데 金대통령은 부인만 하고있다』고 비난했다.
민자당의 입장은 일단 표면적으론 정리된 상태다.이날 김윤환(金潤煥)대표는 당무회의에서 『대선자금에 대한 당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검찰이 국민의 의혹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검찰에 맡긴다는 의사표시다.검찰이 노 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사용된 내용을 조사할 경우 그때가서 필요하면 소명자료를 제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당의 공식입장 정리는 총선을 앞둔 현실론 앞에흔들리고 있다.당의 밑바닥 기류가 심상찮은 것이다.최근 지역구를 다녀온 의원들은 하나같이 『여론이 좋지않다』고 토로한다.수도권의 한 3선의원은 『대선자금에 대해 물어오면 나부터가 할말이 없다』고 호소했다.대선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해명이 국민들에게 곧이곧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얘기다.특히 총선 출마예정자들은 이미 상처를 입은 국민회의측이 이를 선거의 주 이슈로 삼고 집요하게 공격해올 경우를 걱정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당내에선 대선자금에 대해 뭔가 진전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당 지도부도 겉으로 내색하진 않지만 이를인정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그렇더라도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조차도 『대선자금은 거론되면 될수록 큰 부담』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당내 일부에선 차선의 시나리오가 심심찮게 제기된다.
한 고위당직자는 『盧씨가 당총재 퇴임후 자금지원을 안 받았다고 한이상 총재퇴임전에 받은 돈에 대해선 밝혀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盧씨 재임중이거나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가기전에 받은 부분이 있다면 검찰의 기업인 소환조사가 끝난뒤 대국 민발표 형식을 빌려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미 이 부분에 대해선 金대표가 『盧씨로부터 당 운영비를 매달 받았다』는 사실을 토로한바 있다. 물론 반대의견도 만만찮다.민주계 인사들은 『6공말 여권의 역학구조상 자금관리는 당시대표인 金대통령을 제껴놓고 총재-총장간 민정계 직통라인에서 처리됐다』고 말하고 있다.金대통령이개입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밝힐 수도 안 밝힐 수도 없는,결과에 따라선 3金간 역학관계를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는 대선자금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여권의 고민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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