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名異人 노태우씨들 수난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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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노태우(盧泰愚)부정축재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우리들이라구요.』요즘 전국의 「노태우」씨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노태우 전대통령과 동명이인이라는 한가지 죄 때문이다.부산시사상구모라동에 사는 노태우(盧泰佑.33.중장비기사)씨.그는 이번■ 중 법원에 개명신청을 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중이다.
『6공때는 친구들로부터 「물태우」라 불려도 참았죠.하지만 부정축재자 「노태우」는 참을 수 없습니다.개명허락을 못받으면 탄원서라도 낼 참입니다.』 盧전대통령이 밤샘 검찰소환조사를 받은뒤부터 그는 직장동료들로부터 『밤새 안녕하셨느냐』『아직 구속안되셨느냐』는 문안인사(?)를 받고 있다.때로는 욕만 하고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장난전화가 오기도 한다.盧전대통령의 고향 대구에 사는 노태우(盧泰祐.40.사업)씨는 요즘 「음주 비자금」이라도 조성해야 할 판이다.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그는 5,000억원 비자금을 조성한 죄로 수차례 술값을 내야 했다.
『쓰다 남은 돈만 해도 2,000억원인데 술값정도야…』라는 친구들의 말에 지갑을 털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부동산등 숨겨진 재산이 속속 밝혀지면 술을 얼마나 더 사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시진구에 사는 한 盧태우씨(47)의 별명은 「노구모(盧狗毛)」.盧전대통령과 달리 돈이 별로 없는 「개털」(속어)이란 뜻에서 친구들이 붙인 별명이다.
그는 『요즘 은행에서 호출번호표를 사용하기 망정이지 이름을 부른다면 나는 아마 맞아죽었을 것』이라며 엄살을 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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