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이 티샷을 하고 있다. 최혜용에게 3홀 차로 뒤지던 김보경은 11번 홀부터 반격을 시작해 1홀차 역전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프로 데뷔 4년 만에, 그것도 대역전극을 펼치며 얻은 짜릿한 첫승이다.
김보경은 최혜용의 부산 예문여고 4년 선배다. 그러나 최혜용처럼 국가대표를 해보지도 못했고, 그 흔한 해외 전지훈련조차 가본 적이 없다. 투어 신인이지만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최혜용이 더 여유가 있었다. 햇볕을 피하려 양산을 쓰고 경기할 정도로 느긋했다. “국가대표 시절 매치플레이를 해 봤다”는 최혜용은 10번 홀까지 3홀 차로 크게 앞섰다.
그러나 11번 홀부터 행운의 여신은 김보경에게 미소 짓기 시작했다. 11번 홀에서 퍼트가 한 바퀴 돌고 홀에 들어갔고, 13번 홀에서는 칩샷이 홀인이 됐다. 16번 홀까지 한 홀을 앞서다 17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스퀘어’ 상황이 되자 최혜용은 김보경이 퍼팅도 하기 전에 다음 18번 홀로 가버렸다. 얼굴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파 5인 18번 홀에서 최혜용의 드라이버샷은 약간 슬라이스가 나면서 벙커에 빠졌고 3m짜리 버디 퍼팅을 넣지 못했다. 김보경은 이 홀에서 2m 정도의 버디를 잡아 역전 드라마의 막을 내렸다.
김보경은 “17번 홀에서 마지막 홀로 넘어가면서 심장이 쿵쾅거려 죽을 뻔했다”면서 “내가 이렇게 매치플레이에 강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캐디백을 메고 나를 보살펴 주시는 아버지의 은혜를 갚은 것 같다”며 눈가를 훔쳤다.
한편 신지애(하이마트)는 8강전에서, 박지은(나이키골프)은 16강전에서 모두 김혜윤(하이마트)에게 패했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