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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첫승 “4년 걸렸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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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보경이 티샷을 하고 있다. 최혜용에게 3홀 차로 뒤지던 김보경은 11번 홀부터 반격을 시작해 1홀차 역전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웃을 때마다 덧니가 귀여운 김보경(22·던롭스릭슨)이 25일 춘천 라데나 골프장(파72)에서 벌어진 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최혜용(18·LIG)을 꺾고 우승했다.

프로 데뷔 4년 만에, 그것도 대역전극을 펼치며 얻은 짜릿한 첫승이다.

김보경은 최혜용의 부산 예문여고 4년 선배다. 그러나 최혜용처럼 국가대표를 해보지도 못했고, 그 흔한 해외 전지훈련조차 가본 적이 없다. 투어 신인이지만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최혜용이 더 여유가 있었다. 햇볕을 피하려 양산을 쓰고 경기할 정도로 느긋했다. “국가대표 시절 매치플레이를 해 봤다”는 최혜용은 10번 홀까지 3홀 차로 크게 앞섰다.

그러나 11번 홀부터 행운의 여신은 김보경에게 미소 짓기 시작했다. 11번 홀에서 퍼트가 한 바퀴 돌고 홀에 들어갔고, 13번 홀에서는 칩샷이 홀인이 됐다. 16번 홀까지 한 홀을 앞서다 17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스퀘어’ 상황이 되자 최혜용은 김보경이 퍼팅도 하기 전에 다음 18번 홀로 가버렸다. 얼굴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파 5인 18번 홀에서 최혜용의 드라이버샷은 약간 슬라이스가 나면서 벙커에 빠졌고 3m짜리 버디 퍼팅을 넣지 못했다. 김보경은 이 홀에서 2m 정도의 버디를 잡아 역전 드라마의 막을 내렸다.

김보경은 “17번 홀에서 마지막 홀로 넘어가면서 심장이 쿵쾅거려 죽을 뻔했다”면서 “내가 이렇게 매치플레이에 강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캐디백을 메고 나를 보살펴 주시는 아버지의 은혜를 갚은 것 같다”며 눈가를 훔쳤다.

한편 신지애(하이마트)는 8강전에서, 박지은(나이키골프)은 16강전에서 모두 김혜윤(하이마트)에게 패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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