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연의 인카 문명] 에어백 필요하면 최상급 사면 되고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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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요즘 열풍으로 번지고 있는 ‘되고송’을 아십니까. 오랜만에 제 전공으로 돌아가서 이 노래의 인기비결을 분석해 봅니다.

구조를 보면, 1연5행이었던 ‘장동건 편’을 제외한 후속편들이 1연4행의 형태로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내용을 보면 초·중·종장의 ‘시조’형태에 마지막 장은 광고효과를 위한 첨가로 보입니다. 음악적으로는 ‘못갖춘마디’로 시작하지만 기본적인 4분의4박자 8마디의 안정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서양옷을 입은 동양의 시적 구조’라고 말할 수 있겠죠.

게다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해 개사할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추어 온갖 사회 현상에 대한 ‘패러디 열풍’까지 불고 있으니,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히트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자동차 칼럼에 웬 뜬금없는 노래 분석이냐고요? 제가 연초에 ‘싼 차엔 에어백 안 돼…야속한 옵션’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이후 내심 기대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국민이 적어도 각종 에어백과 차체 자세 안정장치만큼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어느 자동차 메이커는 미국 시장에서는 ‘안전’을 강조하며 각종 안전장치를 친절하게도 기본으로 달아 드린다는 광고까지 하면서, 국내 소비자에게는 아직 의무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사실 미국도 사이드에어백은 아직 의무규정이 아닙니다)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에어백이 있다, 없다에만 신경을 쓰고, 어떤 에어백이 몇 개 있는지는 유심히 보지 않습니다. 흔히 에어백 하면, 운전석과 조수석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동차는 측면이 충격에 더 약합니다. 그래서 탑승자의 측면 어깨 아래 부위를 보호하는 사이드에어백, 탑승자 측면 머리부위를 보호하는 커튼 에어백도 있습니다. 즉, 기본 안전을 위해 에어백이 8개는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엔 운전자 무릎보호 에어백도 점차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ESP, VDC 등으로 불리는 ‘자세 안정장치’는 ABS가 제동 시에만 작동되는 것과 달리 주행 중에도 차의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입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냐고요? 세계 5위의 자동차 수출국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소비자는 정작 자신의 안전을 위한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옵션들은 최상급 모델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위에 열거된 안전 옵션들은 출고 후에는 장착이 불가능합니다.

갑자기 국내 자동차 메이커가 부르는 ‘되고송’은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수입차 사면, 애국심 없다면 되고~/에어백 달고프면, 최상급 사라면 되고~/견디다 보면 또 새 모델이 나오고~/내 맘대로 팔면 되고~’

요즘 부쩍 늘어난 수입차들을 보십시오. 저가 모델들에도 대부분 안전 옵션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군요. “어이~~ 사랑하는 막내딸이 기본형 산다고 하면, 그러라고 하겠나?”

자동차 업체 여러분, 소비자를 조금만 ‘사랑’해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자랑’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는 소비자 프렌들리”라고요.

남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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