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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개최 집안싸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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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내년 11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각 지방자치단체 간의 유치 열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연안의 21개국이 참가하는 자발적인 경제협력체제로 정상회의.각료회의.고위관료회의뿐 아니라 민간부문 회의로는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 APEC 경제인자문위원회 회의, 여성지도자 네트워크회의 및 투자박람회, 심포지엄, 세미나 등 각종 학술회의나 문화행사 등 세계 21개국 정상은 물론 각료.유명 기업인.언론인 등 1만여명 이상이 참여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

성공적인 APEC을 위해 개최지를 선정하는데 다음의 사항들은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층 고양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20여개국의 세계 정상과 1만여명 이상의 외국인이 방한해 수많은 회의 및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서는 크고 다양한 컨벤션센터, 공항시설, 숙박시설, 문화 및 관광자원 등 다양한 인프라시설뿐 아니라 수많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러본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히 가져야만 이 같은 대규모 행사를 빈틈없이 치를 수 있다.

셋째, APEC은 사무국의 역할이 미약한 관계로 주최국의 인력과 자원에 의존해 행사를 치러 왔다. 당연히 특정 지역단위에서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협력해야 하는 행사며,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행사다. 또한 이번 APEC 회의에서는 전자상거래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함으로써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

넷째, APEC 개최를 통해 초래되는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개최지역이 독점하기보다 가능한 한 국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APEC 개최지 선정과 관련한 논의는 지역논리에 휘말리기보다는 국가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균형적인 지역발전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

지금 APEC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지역마다 유치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지역민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과열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지역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인지를 되뇌어볼 필요가 있다. APEC과 같이 중요한 대규모 행사를 소아적인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갈등을 촉발할 경우 자칫하면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우려만 커질 뿐이다. 어느 지역, 어느 곳에서 개최하든 개최지 선정의 관건은 국가적으로 APEC 개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과실(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며, 또한 그 과실을 개최지가 독점할 것이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이 골고루 그 혜택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지는 어디일까?

최병대 한양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