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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산림도 소유·경영 분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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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산에 나무는 많아도 쓸 만한 나무가 별로 없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선진국 여행 중 아름드리나무 산림지대나 광릉수목원의 전나무 숲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우리 야산의 아카시아.리기다소나무 잡목은 왜 심었지 하는 의문을 한번쯤은 가졌을 것이다. 20~30년 전 조림이 국민적 사업으로 추진된 적이 있었다. 당시 헐벗고 척박한 산이 대부분이었던 도시 근교에는 등짐으로 흙을 날라다 나무를 심었고, 이런 곳에 살아남을 수 있는 수종은 야산의 사방조림 수종밖에 없었다. 땔감이 부족하고 가난했던 농촌 야산에 싸리나무와 같은 연료림과 밤나무도 많이 심었다. 당시의 국토 녹화와 소득증대 사업이라는 절박하고도 시대적인 목표가 전국적인 조림 열기로 이어져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산림녹화 성공국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산림녹화 덕분에 지력이 좋아지면서 막상 용재감이 되는 수종을 골라 심을 수 있게 된 오늘날, 일부 국민 중에는 산림이 녹화됐으니 이제 나무 심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있고 개인 산주는 수익성이 낮은 조림사업에 별 관심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매년 조림면적이 산림녹화 시절의 20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그러나 눈을 잠시만 바깥으로 돌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두 배쯤 되는 1300만ha의 산림이 사라지고, 목재 생산이 가능한 천연림은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그래서 주로 천연림에서 공급되던 산업용 목재를 인공조림지에서 90% 이상 충당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목재의 절대수요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원자재 블랙홀 현상으로 지난해 하반기에만 수입원목 가격이 60%나 상승했고, 올해 건설 성수기를 맞아 목재파동마저 우려되고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금후 10년간 연평균 7~8% 성장하면 1억㎥의 목재가 추가로 부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물량은 현재 전 세계 수입원목 물량과 맞먹는다.

21세기 에너지시대의 심각한 목재수급을 생각하면 산림청의 제4차 산림기본계획에 제시돼 있는 경제림 육성에 정책적 무게를 더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첫째, 집약경영이 가능한 용재생산림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현재 10%밖에 되지 않는 용재생산림 비율을 20%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리기다소나무 벌채지나 한계농지, 부실초지에 퇴경환림(退耕還林)으로 향후 20년간 60만ha를 늘려나가야 한다. 둘째,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해 용재수종을 2~3개 정도로 단순화하고 집중 육성하자. 독일의 대표 용재수종 독일가문비나무는 산림면적의 37%나 되고 일본은 삼나무.편백나무가 28%에 달한다. 셋째, 용재생산림을 집약적으로 경영하고 규모화하자. 그래야 국제경쟁력이 생긴다. 이를 위해 기업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비업무용 산림에 대한 토지보유세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영세한 산림은 협업체로 육성하며, 방치돼 있는 산림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을 도입해 대리경영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김외정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경영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