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B 訪中은 창조적 실용외교의 시험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3호 39면

이명박 대통령이 4강 외교의 일환으로 27~30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종래의 ‘우호협력 관계’(1992), ‘협력동반자 관계’(1998),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2003)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격상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협력 의제도 양자 차원을 벗어나 동북아 및 세계적 차원으로 다양화되고 협력의 범위도 경제뿐 아니라 환경·기후변화·에너지·북한 등 모든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총리회담 등 고위급 대화의 정례화도 점쳐지고 있다. 한·미,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으로 입지가 좁아진 이명박 정부로서는 이번 방중이 외교적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외교 수사적 격상에 지나치게 방점을 쳐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 주요국 이외에도 나이지리아·알제리 등 18개 국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더구나 중국과 북한은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라는 다소 ‘진부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들 간의 협력은 뿌리가 깊고 끈끈하다. 따라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이라는 새로운 관계설정은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 성과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방중을 계기로 ‘미국 문제’에 대한 솔직한 의견 교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4월 한·미 정상은 한·미 동맹을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켰고 그 핵심을 ‘가치 동맹’으로 규정한 바 있다. 가치 동맹이란 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 등 보편적 가치의 공유와 그 확산을 기저로 한다. 이는 과거 일본의 고이즈미·아베 내각이 중국을 겨냥해 추진해 왔던 ‘민주주의 연합체’론이나 ‘자유와 번영의 호(弧)’ 구상과 다를 바 없다. 중·일 관계가 최근까지 악화일로로 치달은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의 이러한 가치 동맹 구상에 있었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이 대통령도 가치 동맹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미사일방어(MD) 체계 참가 문제나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 개입에 대비한 한·미 연합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안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의혹과 불신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방중을 계기로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가 반비례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설득해야 할 것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합의 도출도 중요하다.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해 다소 부정적 입장을 취해 왔다. 비핵과 개방을 전제로 한 압박식 대북정책이나 ‘북한 주민 1인당 소득 3000달러’라는 자의적 수치 설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 진전과 조율되고, 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북 정책의 제시를 통해 중국과 공동 보조를 맞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제기됐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중 4자 정상외교에 대한 큰 그림도 이번 방중 기간 중 논의되었으면 한다.

한·중 양국 현안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해 본다. 이번 기회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진전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한·미 FTA 비준과 한·일 FTA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다고 해서 한·중 FTA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중 FTA 협상 진전은 한·미, 한·일 FTA 협상에 보다 긍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한·중 정상은 배타적 민족주의의 충돌, 탈북자, 환경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진솔한 의견 교환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중국은 미국 못지않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번영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슬기롭게 모색해야 한다. 이번 방중은 이명박 정부의 창조적 실용외교를 시험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