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다보탑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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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주 불국사(佛國寺)는 신라인들이 이상으로 그린 피안(彼岸)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이다.불국을 향한 신라인의 염원은 불국사에서 세가지로 종합돼 있다.『법화경(法華經)』에 나오는 석가모니불의 사바(娑婆)세계,『무량수경(無量壽經)』에 근거한 아미타불의 극락(極樂)세계,그리고 『화엄경(華嚴經)』에 입각한 비로자나불의 연화장(蓮華藏)세계다.
불국사 경내(境內)는 석단(石壇)으로 양분(兩分)된다.석단 위는 부처님의 나라,아래는 이에 이르지 못한 범부(凡夫)의 세계다.석단에는 대웅전(大雄殿)으로 가는 청운.백운교와 극락전(極樂殿)으로 향하는 연화.칠보교 두쌍의 다리가 있 다.청운.백운교는 석가모니불 세계로 가는 자하문(紫霞門)에 연결돼 있고,연화.칠보교는 아미타불 세계로 이끄는 안양문(安養門)으로 이어진다. 대웅전 앞에 위치한 두 탑은 불국사의 사상.예술의 정수(精髓)다.동탑 다보탑(多寶塔)은 법신불(法身佛)인 다보여래(多寶如來)를,서탑 삼층석탑(석가탑)은 보신불(報身佛)인 석가여래를 상징한다.석가모니 이전의 과거불인 다보여래는 『누 군가 법화경을 설(說)하는 자 있으면 보배로 장엄(莊嚴)된 탑을 세워 그를 찬양하리라』고 서원(誓願)했다.석가모니가 『법화경』을설하자,칠보로 장엄된 탑이 우뚝 솟았으니 바로 다보탑이다.
다보탑은 『법화경』 신앙과 함께 우리나라 곳곳에 건립됐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보 제20호 불국사 다보탑이다.751년 세워진 다보탑은 불국사와 영고성쇠(榮枯盛衰)를 같이해 왔다.1925년 일본인들은 다보탑을 보수하면서 탑속에 장치 된 불상.사리용기.장엄구는 물론 갑석 위에 남아 있던 세마리 돌사자중 두마리는 일본으로 가져가고 한마리만 남겼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의 불똥이 다보탑에 튀었다.1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다보탑에 놓인 조각이 돌사자가 아닌 불상이라는 주장이다.87년 대통령선거때 불교신자인 盧씨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불상 300만개를 동전에 새겨넣었다는 얘기다.또 불교 탑 도안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도안 변경을 요구하는움직임도 있다.비자금 파동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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