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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3월] 초대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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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징소리 넘치는 저물녘 주문진항
물미역처럼 절로 자란 아이들이 모여든다
전어 떼 호기심 닮은
별빛 별빛 웅성거린다

퍼런 작두 위에서 무당이 널뛰기하고
덩기덕 장단에 맞춰 달빛도 몸 비빈다
갑판 위 식을 줄 모르는 혈기
소금기로 묻어난다

태풍으로 몸살 앓던 격정의 순간들
격랑의 물길 속에 젯밥 던져 보내면
출항의 닻이 오른다
은비늘 돋친 바람 따라.

<약력>

▶1991년 '월간문학' 신인상 ▶2000년 경성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 '안개가 있는 풍경'

<시작노트>

1992년 가을 우연히 찾아갔던 주문진. 물길이 거센 속에서 불빛으로 오징어들을 끌어올리던 낯선 풍경은 마치 폭풍 속에서도 끝내 가라앉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은 어민의 눈물을 쩍쩍쩍 끌어올리는 느낌이었다. 어민들에게 출항은 언제나 설렘과 희망을 던져준다. 그래서 출항기만 되면 주문진은 비릿하게 흐느끼고 들뜨고 웅성거린다. 돌아오는 4월에는 은비늘 번뜩이며 생동감 넘치는 주문진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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