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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활성화" 목소리 높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말기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어떤 것일까.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병이 나을 수 없다는 절망감,경제력 상실과 막대한 치료비 부담때문에 생기는 죄책감,그리고 끊임없는 통증과이같은 고통을 나눌수 없다는 뼈저린 고독일 것이 다.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암사망자는 4만9,000여명.
H병원에서 위암치료를 받다 최근 퇴원한 뒤 임종을 기다리는 K(59)씨는 이렇게 매년 암으로 쓰러지는 수많은 사람중 한명이다.병원에서 통증관리를 받던 그는 집에 돌아오면서 몸을 찢는듯한 급.만성 통증은 물론 물만 마셔도 토하고 고 열과 오한에욕창까지 겹쳐 일생중 가장 고통스런 통과의례를 치러야 했다.
그의 귀가는 오로지 병원 권유때문.더이상 치료가 필요없으니 다른 환자를 위해 병상을 비워달라는 것이 병원측 주문이었다.
또다른 환자 B(48)씨는 다행스럽게도(?)병원에서 사망했다.그러나 가족들은 가장이 죽은 뒤 마음의 고통과 함께 병원측이건네준 엄청난 치료비 명세서를 받고 깊은 시름에 빠져야 했다.
우리나라 암환자들이 받는 이같은 고통은 현대의료가 삶의 질을도외시하고 치료중심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더이상 치료비가 발생되지 않는 환자는 집으로 보내거나,질병이 의학의 한계를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수술.투약. 방사선치료를 하는 예는 허다하다.
현재 국내에 호스피스과를 운영하는 기관은 20여곳(표참조).
대부분 종교관련 병원으로 특히 말기암환자를 위해 병실을 별도로마련한 곳은 강남성모병원(10병상).신촌 세브란스병원(10병상).성가복지병원(25병상).의정부성모병원(2병상 )이 전부다.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서울대병원,암환자 전문기관으로 알려진 원자력병원,그밖의 대학병원들이 암센터를 표방하고 환자유치에 힘쏟고 있지만 호스피스과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다.호스피스란 임종환자가 평안한 죽음을 맞도 록 도와주고가족에게는 마음의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는 활동이다.우리나라에서호스피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의료보장제도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과 김영옥(金榮玉)간호사는 『임종환자에 대한 간호는 많은 경험과 업무강도가 높은데 비해 의료보험 수가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수지를 앞세운 병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의료비를 절감하고 집에서 임종을 원하는 우리나라 정서상으로도 가정방문을 통한 재택형 호스피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미국 역시 2,000여곳으로 추산되는 호스피스기관이 대부분 재택형이고 전체 말기암 환자의 70%를 이곳에서 담당한다.
현재 주2회 가정방문을 통해 사별가족을 만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과 임승희(林承喜)사회사업가는 『환자의 가정이 받는 충격과 후유증은 외견상 보이는 것 이상으로 크다』며 『환자사후 가족의 빠른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사회의 폭 넓은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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