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지폐 도안 왜 바꾸려는 건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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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틴틴 여러분 한국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새 지폐의 도입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나요. 미국의 달러화보다 크기를 줄이고 색상도 다채롭게 한 현대적 감각의 지폐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들으셨죠. 5000원권은 내년 상반기에, 1만원권과 1000원권은 이보다 1년 후인 2007년 상반기부터 나올 예정입니다. '경제의 혈액'으로 비유되는 돈을 왜 바꿀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위조지폐 방지와 도안의 현대화입니다. 선진국들은 이런 목적으로 6~7년에 한 번씩 도안을 바꿉니다. 요즘 위조지폐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올 1분기 중 5000원권 위폐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배에 이르는 2508장이나 발견됐습니다. 위폐는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지폐 도안을 자주 바꿔 위폐의 유통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 20유로 지폐의 실제 크기입니다(중앙경제 E6면 참조). 우리나라 지폐와 크기.모양을 비교해 보세요.

구체적으로 볼까요. 위폐 조직의 최대 표적인 미국은 1998년 이후 5년여 만인 2003년 10월 지폐 속 인물 초상을 확대하고 독수리 문장과 국기문양을 삽입해 도안을 크게 바꿨습니다. 일본도 지난해 11년 만에 도안인물을 바꾸고 위폐 방지 기능을 강화했고, 2002년 첫 등장한 유로도 5년 만인 2007년 새 도안을 내놓기로 했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폐는 83년 현행 지폐의 기본도안이 채택된 뒤 위조방지 기능을 덧댄 것 외에는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같은 도안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최근 위폐가 많이 나오고 있답니다. 미국의 일부 지역이나 러시아.동유럽.동남아에서 한국 돈이 그대로 통용될 정도로 한국 경제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위폐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위폐 방지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필름 형태의 홀로그램을 1만원권과 5000원권에 넣고, 특수잉크를 사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검정에서 빨강으로 바뀌는 광가변잉크를 쓰며, 기울여 보면 숨겨 놓은 문자나 문양이 나타나는 요판잠상을 처음으로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내년 이후 나올 새 지폐에는 이런 장치를 비롯해 일곱 가지 첨단기능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또 도안을 현대화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지폐는 '국가의 얼굴'이기 때문이죠. 현재 지폐는 22년 전에 만들어진 도안이라 색상이 단색으로 우중충하고 크기도 국제 규격보다 10% 이상 커 휴대와 보관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갑에 우리나라 지폐를 넣으면 위로 삐져나오고 접촉 면적이 넓어 화폐의 수명도 짧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한은은 새 지폐의 크기를 최대한 줄여 미국 달러화보다도 작게 만들 계획입니다.

현재 단색인 지폐의 색상도 문제입니다. 5000원권과 1000원권의 색상이 비슷해 야간에 잘 구분이 되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화폐 도안이 바뀌지만, 우리나라 화폐 체계에는 도안 외에 다른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73년 1만원권이 등장한 이후 추가로 고액권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당시 401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1만4162달러로 35배로 커졌는데 32년간 최고액권이 여전히 1만원인 상태입니다.

한은은 2000년 이후 줄곧 고액권 발행을 주장했지만, 고액권 발행은 뇌물 등 검은 돈의 유통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고 있습니다. 선진국 고액권의 평균 금액은 36만원입니다. 물론 선진국 사회가 더 깨끗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고액권 금액이 높아도 뇌물이 증가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번 도안 변경 방안에도 불구, 10만원권과 5만원권 등 고액권을 발행하거나 화폐의 액면단위를 1000분의 1가량으로 낮춰 달러와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 화폐액면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도안 변경은 화폐제도 개선의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김동호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25일자 E6면 틴틴경제 그래픽 중 '새 지폐 언제 나오나'에서 새 5000원권 발행 시기를 '2005년 상반기'에서 '2006년 상반기'로, 1만원권과 1000원권의 발행 시기를 '2006년 상반기'에서 '2007년 상반기'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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