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연희동 출발서 檢察조사.귀가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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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검찰출두-조사-귀가의 참담한 장면이연출된 1일 온 국민은 분노와 착잡함을 달래는 한편으로 『이땅에 다시는 이런 비극을 되풀이 말자』고 다짐했다.
盧씨는 이날 오전9시45분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2일 오전2시20분까지 16시간35분동안 머물렀다.1일 자정까지는 조사가 끝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보다는 시간이 더 걸렸다.
검찰에 소환되는 盧씨의 「부끄러운 장면」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돼 직장과 가정마다 일손을 놓게했다.
盧씨는 오전9시24분 연희동 집을 나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서울2프2979호 검은색 뉴그랜저에 탑승했다.이때 아들 재헌(載憲)씨가 문밖에 나와 90도로 허리를 굽혀 배웅했다.
盧씨의 차량은 청와대 경호팀의 엄호속에 보도차량을 교묘히 빼돌리고 뒷길로 빠져 서초동 검찰청사까지 21분만에 도착,마치 「007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盧씨 차량은 대통령시절처럼 교통신호를 조작하는데 힘입어 취재진의 추격을 쉽게 뿌리치고 단숨에 내달았다.盧씨의 이동경로는 선도차량에 탑승한 경찰 고위간부가 즉석에서 코스를 결정하고 이를 무선으로 서울경찰청 교통관제센터에 연락해 길목 마다 신호등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도착 盧전대통령이 출두하기 약 3시간전인 오전7시부터 대검청사부근에는 평소보다 3배나 많은 전경 6개중대 600여명이 동원됐다.
대검청사에는 신문.방송사 기자등 400여명이 오전8시부터 현관 주위를 에워싸 북새통을 연출.
또 중앙일보와 방송사는 헬기까지 동원해 입체적인 취재를 펼쳐전직대통령의 최초 검찰출두에 쏠린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盧씨는 당초 출두 예정시간보다 약15분 빠른 오전9시45분에 경호차량 3대와 함께 검찰에 도착.盧씨의 차에는 최석립(崔石立)전경호실장과 정수섭비서관이 동승했는데 경호원이 문을열어주자 盧씨는 긴장된 모습으로 내린 뒤 옷매무새를 한번 고친다음 포즈를 취해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외면하고 입을 굳게다문채 곧바로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옅은 분장을 하고 검은색 싱글 양복차림의 盧씨는 시선을 다소밑에 둔채 회전문까지 10여를 20여 발짝정도 다소 느린 걸음으로 걸어간뒤 윤주천(尹柱天)대검사무국장.민병인(閔丙仁)총무과장과 악수를 교환.이어 盧씨는 연희동부터 동행한 박영훈(朴永勳)비서실장과 盧씨출두 약5분전 도착해 대기하고 있던 김유후(金有厚)전사정수석등과 7층 중수부장실로 직행.
***귀 가 2일새벽 초췌한 모습으로 대검청사를 나온 盧씨는오전2시37분쯤 자택에 파김치가 된 모습으로 도착했다.아들 재헌씨가 문밖에 나와 盧씨를 부축해 집안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주치의가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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