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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범죄 늘었다지만 … 범죄율 자체는 안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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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중국인 불법 체류자의 토막살인 사건에 이어 3월 양주에서 여중생이 불법 체류자에게 살해당하자 외국인 범죄, 특히 불법 체류자 범죄를 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외국인노동자대책 시민연대는 “불법 체류자의 범죄율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아 한국 사회에 큰 문제인데 일부 시민단체 등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외국인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3년 6144건이던 외국인 범죄는 지난해 1만4524건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체류 외국인은 61만4603명에서 103만1757명으로 약 1.7배 증가한 것보다 범죄 건수가 더 늘었다.

하지만 외국인 범죄율은 여전히 한국인보다 낮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6년 한국인 범죄율이 4%인 반면 외국인 범죄율은 1.3%에 그쳤다.

외국인 범죄 통계를 담당하는 경찰청 외사조사과 관계자는 “가끔 큰 사건이 벌어져 외국인 범죄가 부각될 뿐 이들의 범죄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불법 체류자의 경우는 어떤가. 2006년 불법 체류자 신분의 피의자는 3475명으로 1.6%였다. 그러나 이해에는 정부가 불법체류 해외동포의 자진 신고를 유도, 2202명이 신고 후 처벌 없이 귀국했는데 이들이 ‘지능범’ 항목으로 통계에 잡혔다. 자진 신고가 없었던 지난해 불법 체류자 신분의 피의자는 크게 줄어, 범죄율이 외국인 평균(1.4%)을 밑도는 0.9%로 떨어졌다.

형사정책연구원 최영신 연구원은 “불법 체류자가 많은 국가 출신의 범죄율은 평균보다 더 낮다”며 “강제출국의 위험 때문에 행동을 더 자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국인 범죄에 대해 너무 온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김수광 경위는 “여전히 (외국인에 의한) 사기결혼 피해자가 적지 않다. 불법 체류하는 가해자를 잡아도 사법당국은 벌금형을 매길 뿐 추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여론도 대수롭지 않다는 식이어서 힘이 빠질 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불법 체류자가 막상 강력사건을 저질렀을 때 조기 대응이 늦다거나, 아예 범죄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일부 외국인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획취재팀=이승녕·이충형·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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