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29.안락사의 법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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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안락사(安樂死)를 법제화하는 것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논하라.』 지난해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탤런트 석광렬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장기를 이식해줬다고 해서 세인의 관심을 끈 바 있다.그러나 뇌사를 아직 법률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우리나라에서 장기를 이식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뇌사상태인 사람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 묵인돼 왔다.따라서 이러한 불법적 관행을 묵인하기 보다는 뇌사를 법률적으로 인정,장기 이식을 통해 다른 생명을 구할 수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의견이었다.
뇌사는 죽음의 한 판정 기준이라고 할 수 있으나 안락사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따라서 뇌사 인정 문제가 더 발전하면 안락사를 허용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논술 논제 로 출제될 가능성이 큰 중요한 시사적 주제가 될 수 있다.
안락사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서구에서 의료계와 철학계가공동으로 일련의 논쟁을 벌인 바 있다.우선 안락사를 반대하는 입장은 인간도 생명체인 한 환경에 적응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자 하는 자연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전 제하고 안락사가 이러한 자연적 성향을 거스르는 것임을 지적한다.또 현대의학이 비록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병을 완벽하게 진단하는 것이불가능한 상황에서 소생할 수 있는 소중한 생명체를 쉽게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도 안락사를 반대하는 논변중 하나다.나아가 안락사 허용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것도 반대 논변을강화하는 수단이 된다.안락사가 남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안락사가 허용되면 불치병 환자가 쉽게 삶의 의지를 포기,환자의 이익에 반해 병을 악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반대로 찬성하는 입장은 인간의 목적이 단순한 생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통해 영위되는 행복과 자유로움에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나아가 이 입장은 현대 의학의 불완전성으로 야기될 수 있는 희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본다.따라서 이들은 적은 확률 때문에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을 외면한다는 것은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대론자를 역비판한다.
또 안락사를 남용할 가능성에 대해 그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고,그 이외의 극단적 가능성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법제화와는 관련 없는 문제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이러한 찬.반 논변은 일련의 논쟁과정에서 매우 치밀하게 전개된 것이다.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내용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정도면 이와 관련된 어떤 형태의 논제가 출제되더라도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회의 논제는 「시민불복종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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